불매운동 확산되자 적극 해명 나선 기업들
“일본 제품 불매운동 때문에 손님이 이렇게 없는 건가요?”
7일 서울 은평구의 한 ‘다이소’ 매장. 한 손님의 질문에 매장 직원은 펄쩍 뛰며 “우리는 한국 기업이다. 일본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자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불매운동 대상에 포함된 일부 기업들이 “일본 제품이 아니다”, “일본 기업이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적극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과 과거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곤욕을 치렀던 다이소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다이소 브랜드를 운영하는 건 한국 기업인 아성HMP다. 일본 대창산업이 30%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다이소의 대주주는 아성HMP다. ‘대창(大創)’이 일본말로 다이소다. 아성HMP는 다이소라는 브랜드 이름을 로열티 없이 사용하기로 다이소산업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소 관계자는 “일본 다이소산업은 한국 다이소에 대해 경영권이 없고 지분만 투자했다. 삼성전자나 포스코처럼 외국인 지분이 투자된 것뿐”이라며 “예전에는 일본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오해를 사 힘들었는데, 우리의 해명과 정확한 사실 관계가 언론을 통해 점차 알려지고 있어 아직 큰 악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코카-콜라도 지난 5일 이례적으로 자사 제품은 일본산이 아니라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며 초기 대응에 나섰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이날 일본 제품 판매중지 발표 기자회견을 연 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사지 말아야 할 일본 제품 품목’ 목록에 자사의 커피 제품 ‘조지아’와 음료 ‘토레타’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국 코카-콜라 측은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조지아와 토레타는 코카-콜라 글로벌 본사에서 브랜드에 관한 모든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며 “두 제품은 한국 코카-콜라에서 독자 개발한 제품으로, 일본 코카-콜라의 실적과는 무관하고 이에 따른 로열티 등 어떤 경제적 이익도 일본으로 지급되는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CU(씨유)도 일본과 선 긋기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일본 편의점 1위 업체지만 미국에서 창립된 브랜드다. 국내 세븐일레븐 지분의 70% 이상을 한국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롯데가 미국 세븐일레븐과 계약해 운영하기 때문에 일본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CU도 기존 일본 훼미리마트 브랜드를 빌려 쓰다가 지난 2012년 라이선스 계약 종료와 함께 한국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이름을 변경한 지 7년이 지났는데 불매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CU는 되레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롯데 역시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친일본’ 이미지 때문에 불똥이 튈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2017년 10월 롯데지주 출범과 함께 대부분 계열사가 롯데지주 지배를 받고 있지만 일부 계열사는 호텔롯데가 최대주주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 99% 이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한국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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