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연합회장 “처벌 강화ㆍ인권 교육 필요”
베트남 이주 여성인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사건에 국내와 베트남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해자인 남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이주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지 못하는 제도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왕지연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왕 회장은 중국에서 온 지 17년 된 이주 여성이다.
왕 회장은 “(피해자) 그 분이 똑똑한 편이니까 (영상을) 공개했지만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 얼굴에 피가 묻은 사진이 저한테 오고, 정서적인 학대를 받고 있다는 상담도 많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신고조차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에 대해 왕 회장은 “한국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분들은 신고하는 절차를 모르고, (신고해도) 벌금형이 가장 많은데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벌금을 내고 또 같이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고를 해도 남편은 가벼운 처벌만 받고 다시 가정에 돌아가 2, 3차 폭행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을 한다고 해도 우리 제도는 피해자인 이주 여성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왕 회장은 “한국 국적을 얻으려면 (이주) 2년 뒤 몇 단계(테스트)를 통과하고 나서야 가능하다. 그 전에는 한국에서 살 수 없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거기에 대한 불안함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 양육권 판결에서도 (이주 여성에게) 양육권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저희를 보호해주는 법이 별로 없어서 폭행을 당해도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왕 회장은 “저희에게 동정심을 주는 것보다 제대로 된 보호 울타리를 만들어달라”면서 “저희한테만 하지 말고 남편들한테도 가정폭력 방지 같은 교육들을 해야 하고 관련 법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전남 영암경찰서는 베트남 이주 여성인 아내 A(30)씨를 무차별 폭행한 남편 B(36)씨를 특수상해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세 시간 동안 전남 영암군 자신의 다세대 주택에서 A씨를 주먹, 발, 소주병 등으로 수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폭행을 옆에서 본 두 살배기 아들은 아동기관에서 보호조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3년 전 남편 B씨를 만났으며, 임신한 상태에서 베트남으로 돌아가 아이를 출산한 뒤 지난달 16일 한국으로 돌아왔다”며 “같이 생활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남편은 ‘한국말이 서투르다’ ‘말했는데 물건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술을 마시고 욕하거나 때렸다”고 진술했다. A씨는 사건 당일에도 남편이 술에 취해 또 때릴 것 같아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고, 5일 이 영상을 본 지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