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확인 결과 취객은 경범죄 처벌…렉서스 차주 “민감한 시기 논란 일으켜 죄송”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른바 ‘렉서스 김치 테러 사건’이 일본 차량을 겨냥한 고의적 ‘테러’가 아닌 취객의 실수로 밝혀졌다. 경찰은 차량에 토사물을 남긴 취객을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지난 5일 렉서스 관련 커뮤니티 ‘렉서스 클럽 코리아’에 “김치 테러 당했습니다. 범인 잡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7월 3~5일 사이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김치 테러를 당했다”며 “이 범인을 잡아 꼭 처벌하고 싶은데 이런 테러를 당한 적은 처음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 조언을 구하고자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A씨는 글과 함께 차량 트렁크 부분에 오물이 묻은 사진도 첨부했다.
A씨가 글을 올린 시점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보복성 수출 규제 조치를 시행한 시기로,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고조된 상태였다. 이에 A씨는 누군가 일본 승용차인 자신의 차량을 겨냥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이 게시물은 SNS에서 확산됐고 “단지 일본 차를 탄다는 이유로 이런 테러를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하지만 A씨는 9일 오후 자신의 글을 정정했다. 그는 “범인을 찾아낸 상황이며 오늘 형사과 직원분께 연락을 받았다”며 “폐쇄회로(CC)TV 판독 결과 고의적인 테러가 아니라 4일 새벽에 술에 취한 행인이 트렁크에 구토를 하고 간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김치 오물을 처음 발견한 날은 5일 오후 6시쯤이며 육안으로 봤을 땐 구토가 아닌 김치로 보였고 여기저기 퍼진 흔적을 봤을 때 고의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서 글을 작성했다”며 “섣부른 판단으로 시기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논란을 일으킨 것 같아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구 달성경찰서는 지난 4일 새벽 대구 달성군 롯데시네마 인근에서 취객 B씨가 자신의 차량에서 내려 A씨의 렉서스 차량에 구토를 하는 등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고 밝혔다. 사건을 담당한 달성경찰서 관계자는 9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B씨가 술이 너무 취해서 자기 차량에서 나와서 길에 구토를 하다가 다시 차량에 들어갔다가 하는데, 자기 차로 간다는 걸 비틀거리면서 뒤에 A씨의 렉서스 차량으로 가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 영상을 보면 B씨가 렉서스 차량에 구토를 하고 자리를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렉서스 차주가 도착한다”며 “차주는 트렁크 부분에 토사물이 있는 걸 모르고 바로 운전해서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이어 “B씨 본인도 현재 자신의 행동에 대해 모든 걸 시인했다”며 “B씨는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리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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