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능범죄 수사관 투입해 고강도 수사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건축주와 철거 관련자 전원을 형사 입건하는 한편, 지능범죄 전담 수사관을 투입하는 등 사고 원인 규명 범위를 전 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붕괴된 건물 건축주와 감리자, 철거업체 관계자 등 7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9일 밝혔다.
경찰은 10일쯤 건축과장 등 서초구청 관계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구청의 철거공사 승인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철거업체의 허가 조건 미이행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방침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사고 책임 범위가 구청 관계자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이와 별도로 붕괴 사고로 사망한 ‘예비신부’ 이모(29)씨 유족 법률대리인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서초경찰서를 찾아 건물주, 감리자, 서초구청 건축과장 등 7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공사 관계자뿐 아니라 담당 구청의 관리 소홀 등 사고 책임을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서초구청도 같은 날 현장 안전조치 미흡 등 책임을 묻기 위해 건축법 제28조에 따라 건축주, 감리인, 철거업체 관계자 등 5명에 대한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고소ㆍ고발을 포함한 전체 수사는 서초경찰서 형사과장을 포함한 10명의 전담팀이 맡았다. 경찰은 명확한 의혹 규명을 위해 사건 수사에 착수한 형사과 강력팀에다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 2명을 합류시켰다. 건축법 위반 가능성 등 폭 넓은 사고원인 규명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은 현재 사실관계 정리를 대부분 마쳤고 누구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지 법리를 검토하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금까지 사고 현장 인부 4명을 포함해 철거업계 관계자, 건축주 등 13명을 소환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건물 외벽이 무너지기 20분 전 건축주와 철거업체 등 관련자 6명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건물이 흔들린다”고 말하는 등 붕괴 징후를 논의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 작업 현장에 철거 현황을 감시해야 할 감리자 정모(87)씨 대신 ‘감리 보조 신고필증’을 보유한 동생(73)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 이 부분이 불법이 아닌지 확인 중이다.
잠원동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건물은 4일 오후 2시 23분쯤 붕괴했다. 이 사고로 이씨가 건물 잔해에 매몰돼 숨지고 같은 차에 타고 있던 예비신랑 황모(31)씨가 중상을 입었다. 이씨와 황씨는 당시 주문한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길이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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