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처리 중인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실무 책임자들이 한데 모여 뜨거운 공방을 펼쳤다. “수사권 조정은 국민 입장에서 백해무익한 개악”이라는 검찰 측 주장이 나오자, 경찰 측이 “검찰권 남용 방지는 시대적 과제”라고 받아치는 등 물러섬 없는 격돌이 이뤄졌다.
9일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검ㆍ경의 수사권 조정 책임자인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과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 토론을 벌였다. 검ㆍ경의 수사권 조정 실무 책임자가 한 자리에 모여 맞토론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측 김웅 단장은 “중국에서 표절 시비로 문제를 제기할까 걱정될 정도로 중국 공안제도를 닮아있다”면서 수사권 조정안을 맹비판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지휘는 OECD 36개국 중 29개 국가가 채택한 보편적 제도”라면서 “경찰이 수사 종결해도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된다는 논리는 민주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지휘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암장을 막을 수 있었다”면서 “경찰의 수사가 불편해져야 국민들의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 입장에 힘을 보탰다. 정 교수는 “수사지휘를 폐지해봤자 서로 갈등하는 두 수사기관이 생길 뿐”이라면서 “검찰이 직접 수사를 폐지하고 수사지휘와 기소에 전념하는 방향으로 수사구조를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개혁의 수혜가 또 다른 개혁 대상인 경찰에 돌아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정보경찰 분리 등 경찰 스스로 먼저 개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경찰 측 이형세 단장은 “검경 관계에 있어선 우리 법이 중국보다도 못하다”고 반박하면서 “비대한 검찰권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수사권 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모든 사건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권력이 이를 이용하는 것”이라면서 “경찰이 검사의 요구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구조를 벗어나야 최소한의 견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수사종결권에 대해서는 “경찰이 55만명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을 때 검찰에서 뒤집힌 것은 3,000여명에 불과하다”면서 “당사자의 이의제기가 있거나 검찰이 볼 때 문제가 있는 사건만 스크린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대한민국은 2,000여명 검사가 모든 권한을 손에 쥐고 쥐락펴락하는 검찰공화국”이라면서 “이번 수사권 조정안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어느 한 권한이 남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4월 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수사종결권 부여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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