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10>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법대 나와서 판사를 하다, 변호사를 하던 5060 남성 등 전형적인 사람이 못하는 정치도 있지 않나. 똑똑하다고 해서 현장의 부조리를 다 아는 건 아니다.”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많은 현장의 부조리가 결국 ‘정치의 문제’임을 절감해 온 ‘당사자’다. 동시에 의회 진출의 어려움과 무게에 대해 직접 체감한 ‘정치인’이다. 현직 의원 임기 중 임신, 출산을 경험했고, 임기를 마치고는 ‘엄마들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시민단체이자 비영리 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을 2017년 6월 창립했다.
최근 서울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만난 장 활동가는 “당사자가 아니면 강한 변화의 의지가 없는 사안들이 있다”며 “엘리트 정치가 다 필요 없다는 건 아니지만, 당사자성이 있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은 돼야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랫동안 당내 청년위원회, 대학생위원회 등을 토론회 등의 지원에만 활용하려는 식의 문화가 있었다”며 “국회의 대표성이 너무 특정 계층, 성별, 연령, 직업, 학력 등에 있어 편중된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게 정치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국민이 국회를 피로해 하는 원인이 되죠. 의석 수를 300명에서도 더 늘리자고 할 때는 그만큼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라고 하는 것인데.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유능할 지 몰라도 국회 자체가 국민에게 효능감을 안겨주진 못하는 원인이 거기 있다고 봅니다.”
당사자 정치가 어려운 배경에는 주변에 선뜻 정치를 권하기 어려운 환경이 자리한다. 그는 “함께 활동하다 보면 정치를 하면 잘 할 것 같은 활동가들이 정말 많다”며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현장의 부조리가 무엇인지 잘 알고 그걸 변화시킬 의지가 있는 선량한 시민이자 엄마인 분들이 그 주인공”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치 환경을 생각하면 선뜻 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정서와는 동떨어진 여의도 논리, 정당 문법 등에 맞춰 타협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정치환경이나 선거제가 다양한 당사자 정치를 어렵게 한다는 취지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역모임, 주제별 소모임 등이 자신의 자리에서 활발하게 뛰는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해 비리 유치원·어린이집 명단 공개 행정소송을 이끄는 등 보육 문제 해결촉구에 앞장섰고, 전국 스쿨미투 당사자 법률지원, 2017년 칼퇴근법 통과 촉구 등을 해왔다. 최근엔 ‘서울시 성평등 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전처럼 뉴스도 별로 못보다 밤 9시에 몰아보고 이런 시대도 아니고 국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실시간으로 보지 않나요. 국민들이 가진 정보력도 과거에 비하면 어마어마 한 것이잖아요. 당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나리라고 봅니다. 이번 선거제 개혁 논의 과정에서 그런 변화의 움직임이 한 걸음씩 진전됐으면 합니다..”
◇ 다음은 일문일답.
-청년이자 엄마로써 보는 현재 국회 상황은 어떤가요.
“청년이나 엄마들이 정치 참여를 많이 못하는 건 사실이죠. 공천을 받으려면 기득권 정당 내의 어떤 운영 논리, 여의도 문법에 맞춰서 살아야 하는데 그러면 청년 정치나, 엄마 정치나, 그런 당사자성을 배신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어요. 그 안에서 살아 남겠다는 것만 생각하면 자신의 정치가 퇴색되기 쉽겠더라고요. 제 경우엔 그렇게 해서 한번 더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어요.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거지, 내가 한 번 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국회에 남아 토론회만 많이 열면 뭐하겠어요. 좋은 내용만 난무하고 아무도 제대로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19대에 경험했던 공천은 어땠나요..
“저는 사실 특이한 케이스잖아요. 청년 당원을 지원, 육성, 양성하고 길러냈다기 보다 당에 청년이 부족하다 보니 오디션을 했던 건데,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었지만 전제가 안타깝죠. 청년이 남아나기 어려운 구조가 존재하고요. 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하는데, 당원들을 그냥 팬클럽이나 거수기처럼 생각하는 문화도 존재하는데.”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요.
“당내 청년, 청년위원회, 대학생위원회 등을 토론회 등의 지원에만 활용하려는 식의 문화가 있는 거죠. 국회의 대표성이 너무 특정 계층, 성별, 연령, 직업, 학력 등에 있어 편중된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에요. 그게 정치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국민이 국회를 피로해 하는 원인이 되는 걸 누가 모르겠어요. 의석 수를 300명에서도 더 늘리자고 할 때는 그만큼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라고 하는 것인데.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유능할 지 몰라도 국회 자체가 국민에게 효능감을 안겨주진 못하는 원인이 거기 있다고 봐요.”
-다양성이 왜 필수로 느껴지던가요.
“서울대 법대 나와서 판사를 하다, 변호사를 하던 5060 남성 등 전형적인 사람이 못하는 정치도 있잖아요. 똑똑했다고 현장의 문제를 다 아는 것도 아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강한 변화의 의지가 없는 사안들이 있고요. 엘리트 정치가 다 필요 없다는 건 아니지만, 당사자성이 있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은 돼야 균형을 이루지 않나 싶은데.”
-왜 내부 변화는 소극적일까요.
“정치 권력이라는 게 나쁘게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이권인 거죠. 결코 나누고 싶지 않은. 그 이권을 덜어내 소수자, 청년, 엄마, 노동자를 공천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아요.”
-20대 공천 때 당내 청년비례 관련 논란이 컸는데요.
“청년조직들이 일상적 활동을 하고 목소리를 냈으면 그것에 대해서(청년 비례대표 비당선권 배치) 항의하고 요구했을 텐데, 평소에 같이 활동할 기회가 없으니까. 권력에 목소리 내기 어렵지 않았겠나 싶어요.”
-당사자들이 어렵게 의회 진출하더라도 겪는 어려움은 뭘까요.
“당사자 정치보다는 자기 재선 준비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지역 운동 같은 거 챙겨야 하고. 그래서 시민들이 계속 정치에 관심을 가져주셔야 해요. 누가 열심히 하는지. 언론도 마찬가지고요. 정치 뉴스를 마치 스포츠 뉴스처럼 만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을 하다 보면 다시 의원직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 것 같다.
“정치 환경을 생각하면 선뜻 권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단체에 보면 직접 정치를 하면 잘 할 것 같은 활동가들이 많아요. 변호사, PD, 기자 출신인 활동가도 있고, 꼭 엘리트라서가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현장의 부조리가 무엇인지 잘 알고 그걸 변화시킬 의지가 있는 선량한 시민이자 엄마인 분들이거든요. 아마 정말 정치 잘할 거예요. 똑똑한 사람이 정치 잘하는 거 절대 아니잖아요. 그리고 한국은 이미 너무 다 똑똑하고요. 예전처럼 진학률, 문맹률 등이 너무 차이 날 때 엘리트 정치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어지간하면 다 엘리트에요. 예전처럼 뉴스도 별로 못보다 밤 9시에 몰아보고 이런 시대도 아니고 국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실시간으로 보잖아요. 국민들이 가진 정보력도 과거에 비하면 어마 어마 한 것이라서. 당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날 거라고 봐요. 이번에 선거제 개혁 논의 과정에서 그런 변화의 움직임이 한 걸음씩 진전됐으면 합니다.”
글ㆍ사진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