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HK방송이 한국에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의 이유로 “한국 기업이 사린 가스 등 화학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에 납품을 재촉하는 일이 일반화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NHK는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안보상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에칭가스 수출 규제 이유를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일본 회사에 납품을 재촉하는 일이 일반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산업성은 이를 문제 삼아 일본 기업에 의견 청취와 현장 검사를 통해 개선을 요구한 반면, 한국은 무역관리 체계가 미흡해 한국 기업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국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보다 명확한 증거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NHK보도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일본 정부가 그간 구체적 설명 없이 “무기 제조에 전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에 대한 한국 기업의 발주가 급증한 바 있다”며 이것이 북한에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을 언론에 흘려 온 것과 동일한 주장이다.
사린 가스는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화학무기로 사용했던 유기인 계열의 신경 독가스로, 무색·무취이지만 그 독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도 이라크군이 사용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1995년 3월 20일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를 저지를 때 사용한 물질이라 더더욱 일본 국민 사이에서 사린 가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강력하다. 당시 테러의 결과로 13명이 숨지고 5,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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