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밸리, 혁신의 심장을 가다]
실리콘밸리에서 건강ㆍ의료분야와 기술을 합한 ‘헬스테크’는 각광받는 분야다. 10일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헬스테크는 벤처투자자의 투자가 2번째로 많았던 분야로 그 규모는 약54억2,000만달러(6조4,000억원)이었다.
헬스테크 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원격진료다. 1997년 원격의료가 공적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어로 보장되면서 화상진료, 원격 환자모니터링 등이 활성화됐고, 이에 따라 환자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웨어러블 기기 등의 개발도 활발해졌다. 최근에는 이런 원격진료를 이용해 혈압약(킥헬스)이나 피임약(필클럽, 눅스) 등을 처방하고 정기배송해주는 사업모델이 주목 받고 있다. 아마존도 지난 5월 제약스타트업 필팩과 제휴를 맺고 약 처방 서비스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관련시장이 한해 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거란 분석 때문이다.
그러나 원격처방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질수록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자사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고객을 문진(問診)하는데, 이런 방식의 처방이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예컨대 피임약 정기배송 스타트업 필클럽은 고객이 사이트의 질문에 따라 키와 몸무게, 출산ㆍ수유여부, 기존 병력 등을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알맞은 약을 처방한다. 필클럽 측은 “의사와 약사, 간호사 등 의료팀이 응답을 꼼꼼히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고객과 직접 연락해 처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처방이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전성 문제 때문에 오하이오주, 워싱턴주 등 미국 일부 주는 원격진료 시 “의사가 음성이나 영상을 통해 환자와 최소한의 소통을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약 복용 시 주의사항을 직접 일러줘야 한다는 취지이기도 한데, 원격처방 스타트업들은 단지 ‘주의사항 문서/만으로 이를 대체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서 카플란 뉴욕대 약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칼럼에서 이 같은 원격처방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을 “약 처방을 음식점 메뉴처럼 취급하는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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