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온라인 쇼핑몰과 전자상가 등에서 판매하는 컴퓨터(PC)용 D램 반도체 가격이 9일부터 일제히 올랐다. 일부 부품 판매점들은 물량 부족을 이유로 가격이 오르기 전에 받은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PC를 조립하려고 주문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표면상 이유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여파로 국내 공급 물량을 줄였기 때문이라는데 정작 제조업체들은 사실무근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부 PC부품 판매점들이 인터넷과 전자상가 등에서 판매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반도체 가격을 9일부터 20~30% 기습 인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3만원대였던 삼성전자의 DDR4 8기가 D램 가격이 이날 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주 6만원대였던 삼성전자의 DDR4 16기가 D램 가격도 8만원대로 뛰었다.
가격이 오르자 일부 판매점들은 물량 부족을 이유로 지난주 받은 주문을 취소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일부 판매점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 유통이 안되고 있다’며 ‘당분간 물량이 들어오지 않을 것 같으니 주문을 취소해 달라’는 쪽지를 주문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국내 공급 물량 축소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는 D램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일부 국내 반도체 판매상들이 일본 수출 규제를 악용해 판매 가격을 올리려는 꼼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한 불화수소와 감광재인 포토리지스트는 PC용 D램보다 초미세공정이 필요한 10나노급 반도체 생산에 주로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업체들마다 기존에 확보한 재고 물량이 있어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당장 생산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D램 반도체는 전세계적 수요 감소로 국제 공급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기가 D램의 현물가격은 지난달 초 3.59달러에서 9일 3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그렇다 보니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 물량도 늘어난 상태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D램은 국제 시세가 계속 떨어지면서 업체들의 재고 물량이 3개월치에 이를 만큼 쌓여 있다”며 “가격을 내려서라도 빨리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라 국내 공급 물량을 줄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D램 가격 인상이 일본 수출 규제를 악용한 일부 판매점들의 의도적인 꼼수로 보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 관계자는 “일부 판매점들이 일본 수출규제를 핑계로 가격을 올리려고 일부러 소비자 주문을 취소시키거나 사재기를 하는 등 물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악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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