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압박 위한 전략
지난달 말 ‘오사카 담판’에서 휴전에 합의한 미국과 중국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무역전쟁 2차전 채비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의 화웨이 일부 제품에 대한 제재 해제 방안과 함께 중국산 제품 110개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 방안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협상 재개에 앞서 먼저 유화책을 내놓은 것이나 이를 통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끌어내겠다는 속내 또한 드러낸 것이어서 협상 재개까지 양측 간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중국의 류허(劉鶴) 부총리와 중산(鍾山) 상무부장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미 행정부 관리가 밝혔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양국 간 전화통화 사실을 확인하며 “양국 간 대면 협상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미중 협상의 구체적 시간표는 없다. 속도보다는 질”이라며 미국이 중국에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도 드러냈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을 향해 유화적 신호를 발신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중국산 제품 110개 품목에 부과한 25% 관세를 이날 부로 1년간 면제한다고 연방 관보를 통해 밝혔다. 110개 품목은 지난해 7월 미중 간 무역전쟁을 촉발한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포함된 것들로 의료기구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이날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워싱턴DC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을 시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수출허가를 내주겠다”고 밝혔다. 수출이 허용되는 제품 범위나 구체적 일정은 당장 제시하지 못했으나, 지난달 말 미중 정상 간 오사카 담판에서 이뤄진 ‘화웨이 제재 완화’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성의는 보인 셈이다.
이 같은 유화 제스처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대규모 수입을 압박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미국산 농산물 대량 수입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반면 시 주석은 이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지지층인 농민 표심 확보 차원에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주요 목표로 두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미국 CNBC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향후 (중국과의) 협상에서 시 주석이 미국산 농산물을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구매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이 이에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이번 유화책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25%) 철회와 화웨이 제재 전면 해제 등 중국의 요구에 여전히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산 농산물을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는 미국 측 언급에 대해 “농산물 무역은 (미국 측 언급대로) 중미 양국 간 논의가 필요한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양측이 평등하고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고율 관세 등 미국의 기존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