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이런 게 어딨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할게요. 변호인 하겠습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인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이 국밥집 아줌마 최순애(김영애 분)의 아들 진우(임시완 분)를 변호하기로 마음먹고 그의 집을 찾아가 던진 대사다.
영화 속의 명장면은 이곳 부산 영도구 영선동 ‘흰여울문화마을’에서 촬영됐다. 진우의 집은 현재 흰여울문화마을 안내소로 사용되고 있다.
1일 오후 찾아간 이곳은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도 잠깐 모습을 비친 흰여울문화마을은 2013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변호인으로 크게 알려졌다.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면서 더 화제가 됐다. 이날 김해에서 이곳을 찾은 김희선(25·여)씨는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 끝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아름답다”면서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주택마다 색깔이 다르고 여느 관광지에서는 못 느낀 이색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내소는 작은 전시공간과 함께 엽서, 컵 등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안쪽에 위치한 창문 없는 커다란 창은 창틀을 액자 삼아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들이 계속 줄을 이었다.
2016년 6만451명이 방문한 이 마을은 각종 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2017년 7만696명, 지난해엔 18만2,942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6월 기준 6만451명이 찾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관광객을 겨냥, 점포가 계속 늘어 커피숍만 29개에 이르며, 공방과 음식점 등도 자리를 잡고 있다.
영도구 관계자는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에 흰여울문화마을이 소개되면서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다”면서 “방문객 수는 안내소를 방문한 관광객들만 체크한 것으로, 실제 관광객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영도와 서구 송도를 잇는 남항대교 인근 남항동3가에서 이송도전망대(흰여울전망대)까지 1㎞ 구간에 형성된 피란민촌이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밀려온 피란민들이 육지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산기슭 묘지 주변으로 모여 생긴 마을이다. 봉래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치는 것이 마치 흰 눈이 내리는 듯 하고 빠른 물살의 모습과 같다 해 붙여진 이름이 ‘흰여울’이다.
흰여울마을이 ‘핫 플레이스’가 된 것은 2011년 영도구가 폐·공가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예술가들을 입주시켜 천혜의 경관을 바라보며 미적 영감을 발휘하도록 작업 공간을 마련해주면서 시작됐다.
흰여울문화마을의 포인트는 골목길이다. 버스가 마을을 경유하는 절영로에서 흰여울길 사이에는 세로로 14개의 골목이 나 있다. 전체로 보면 여러 갈래의 샛길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데, 피란민들의 삶이 그만큼 힘들고 험난했음을 상징해 준다.
마을 관광은 절영해안산책로 입구에서 출발하면 편리하다. 이 길을 시작으로 한쪽으로 바다가 펼쳐진 절벽 위의 좁은 담장길을 따라 걸으면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매점 흰여울점빵, 변호인 촬영지, 등대쉼터, 이송도전망대, 흰여울해안터널 등을 만날 수 있다. 중간중간 맏머리, 꼬막, 무지개 등의 이름을 가진 계단이 아래위를 연결해 줘 언제든 코스를 바꿀 수 있다.
부산= 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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