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 수장으로 공식화… 우상화 지양, 정상국가 의지
북한이 4월 개정된 헌법에서 국무위원장을 국가 수반으로 명기한 것이 11일 확인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내외적인 수장으로서 공식화한 것이다.
이날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내나라가 공개한, 4월 11일 제14기 1차회의를 통해 개정된 북한 헌법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이다”라고 쓰여 있다. ‘김정은 2기 체제’ 출범에 맞춰 개정한 헌법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법적 지위를 국가수반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앞서 2016년 6월 개정된 헌법에선 당시 신설된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이다”라고 기재했으나 ‘국가를 대표한다’고 하진 않았다. 따라서 현재까지 북한의 대외적인 국가 수반은 1998년 9월 개정된 헌법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여겨졌다.
물론 개정 헌법에서도 상임위원장의 역할을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무위원장에게 추가로 ‘국가 대표’로서의 역할을 부여한 만큼 향후 상임위원장의 역할은 지금까지보다 더 상징적인 의미로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군 통수권을 명시한 102조엔 ‘무력총사령관’이란 호칭도 새롭게 등장했다. 개정 전 헌법이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으로 기술했던 것을 고려하면, 보다 명확한 표현으로 김 위원장 지위를 정립하려 했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선대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개정 헌법이 김일성 주석ㆍ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우상화한 표현인 ‘민족의 태양’ 등의 표현을 무더기로 삭제했다는 점에서다. 김정일 시대를 상징하는 선군 사상, 선군 정치 등과 같은 표현도 사라졌다. 여기엔 역대 최고지도자엔 우상화나 신격화를 지양하고 노동당 중심의 사회주의 정통 국가로서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강조했던 과학 중시 등도 헌법에 담겼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도입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가 제33조에 제시됐고, “실리를 보장하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한다”는 표현도 삽입됐다. 김 위원장이 2013년 선군절(8월 25일) 담화에서 제시한 ‘전민과학기술인재화’ 구호도 40조에 등장했다. 이는 ‘김정은표 사업’을 헌법에 명시하고, 이를 법ㆍ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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