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취재진과 만나 “탐사 프로 안 하겠다”… 사과 후 오히려 ‘역풍’
“늦었지만 김영애씨께 사과하고 싶어요. 앞으로 탐사 프로그램 안 하려고 합니다.”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과 종합편성채널 채널A ‘먹거리 X파일’ 등 탐사 고발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이영돈 PD가 황토팩 안전성 문제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인 배우 고(故) 김영애에게 11일 사과했다.
이 PD는 2007년 ‘소비자고발’에서 김영애가 사업에 참여한 화장품 브랜드의 황토팩에서 중금속 성분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김영애가 참여한 사업은 쑥대밭이 됐다. 김영애는 이 PD를 상대로 법적 절차에 들어갔지만, 대법원은 2012년 이 PD가 진실로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이유로 이 PD의 손을 들어줬다.
법적 책임은 간신히 면했지만, 이 PD를 향한 여론은 싸늘했다. 김영애가 이 PD의 잘못된 보도로 큰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김영애가 2017년 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날 때 황토팩 소송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게 알려지면서 이 PD를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이 PD는 이날 중구 태평로 인근에서 일부 취재진과 만나 “김영애 씨가 돌아가셨을 때 ‘너 문상 안 가냐’라는 댓글을 봤다”며 “가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 났다”며 옛 얘기를 꺼냈다. 그는 “언젠가는 사과해야 하는데 생각하다 늦어졌다”라며 “이 자리를 빌려 김영애씨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PD가 김영애에 대해 사과를 한 곳은 건강한 먹거리 관련 콘텐츠 제작 등을 소개하기 위해 일부 취재진과 만난 자리였다.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사과의 시기와 장소가 부적절했기 때문이다. 새 일을 시작하는 자리에서 고인을 언급해 진정성을 의심받을 여지가 컸다. 이 PD는 ‘김영애씨에 대한 이 자리에서의 사과가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비칠 수도 있고, 오해를 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영애씨가 꿈에도 나왔다. 평생 짊어져야 할 짐”이라며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사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뜻과 달리 이 PD는 역풍을 맞았다. 사과 소식이 알려지자 그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 온라인엔 ‘진정성 없어 보인다. 자신이 공교롭게 식품 회사를 세운 후 이런 사과를 하니 누가 좋게 보겠나’(imag****), ‘사과할 시점을 잡지 못했다고? 그럼 지금 시점은 적절한가요?’(viva****), ‘노이즈 마케팅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neok****)등 이 PD의 부적절한 사과를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