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술은 마셨지만, 그 이후는 기억이 없다.”
12일 준강간 혐의로 구속된 배우 강지환(42)씨가 앞서 경찰에 긴급 체포돼 진술한 내용이다.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강씨를 향한 경찰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됐지만, 강씨는 여전히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오면서도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광주경찰서는 강씨의 진술에 개의치 않고 수사에 전념할 방침이라고 13일 밝혔다.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된 강씨가 계속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해도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로 피해 진술이 구체적인 점을 들고 있다. 피해 여성 중 한 명이 사건 당일 잠에서 깨 보니 강씨가 잠을 자던 또 다른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자신도 옷매무새가 심하게 흐트러져 있는 등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며 경찰에 구체적으로 피해사실을 진술했다. 또 다른 피해 여성의 진술도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진술 외에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당시 정황도 확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손에 쥘 가능성도 있다. 피해 여성들은 경찰 피해자조사에 앞서 수원시 해바라기센터에서 성폭행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다음 주 중반쯤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성폭행이 의심되는 검사 결과가 나온다면 확실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보충수사 과정에서 강씨에 대한 추가 조사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피의자 추가 조사 여부는 아직 결정한 바 없다”면서도 “새로운 증거나 정황이 나오면 강씨를 추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9일 오후 8~9시 사이 경기 광주시 자신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 A씨와 B씨 등 외주 스태프 여성 2명이 잠이 들자 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A씨를 성폭행하고 B씨를 성추행 한 혐의(형법상 준강간 등)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소속사 직원, 스태프들과 회식을 한 뒤 자택에서 A씨 등과 2차 술자리를 가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그러나 2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는 전혀 기억이 없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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