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이 감정적 대응” 비판 나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노래 ‘죽창가’를 소개하는 등 12일부터 사흘 연속 일본을 향한 비판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절제된 입장 속에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상황에서, 민정수석이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수석은 13일 밤 페이스북에 “SBS 드라마 ‘녹두꽃’ 마지막 회를 보는데, 한참 잊고 있던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고 말하며 죽창가를 들을 수 있는 링크를 올렸다.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에 맞선 의병과 민초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고(故) 김남주 시인이 작사한 죽창가는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진 녹두꽃이 되자 하네… (중략)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반란이 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앞서 12일에는 “우리 정부와 국민을 농락하는 아베 정권의 졸렬함과 야비함에는 조용히 분노하되 그 에너지를 내부 역량 축적에 쏟아야 한다”며 “이념과 정파를 떠나 구호가 아닌 실질적 극일(일본을 이기는 것)을 도모하자”는 내용의 신문 칼럼을 인용하기도 했다.
14일에는 세 건의 메시지를 올렸다. 지난 12일 “한일 양국의 4대 수출통제 위반 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하자”고 일본에 제안한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겸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의 청와대 브리핑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를 링크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포한 ‘일본 수출규제조치 WTO일반이사회에서 논의 예정’이라는 보도 참고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일본의 조치를 비판하기 위한 글로 읽히지만 외교ㆍ안보 이슈와 관계 없는 민정수석이 ‘죽창’ 등 감정적으로 선동하는 글을 올린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조 수석의 SNS선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과 열 두 척의 배’를 거론하자 이를 거들고 나선 것”이라며 “뒷짐지고 국민을 향해 선동질을 하고 있을 때인지 참으로 답답하다”고 논평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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