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콩팥병 환자, 칼륨 배출 능력 떨어져
대표적 여름철 보양식 삼계탕도 삼가야
본격적인 무더위다. 수박 참외 토마토 자두 바나나 같은 제철 과일은 더위와 갈증을 날려보내는 청량제다. 하지만 건강에 좋다는 제철 과일에 칼륨이 많아 칼륨 배출 능력이 떨어져 있는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는 독이다. 3개월 이상 콩팥 기능에 문제가 생긴 만성 콩팥병 환자가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채소를 과하게 먹다간 고칼륨혈증으로 근육마비, 부정맥,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올 수 있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도 주의해야 한다. 콩팥 기능이 정상이면 단백질을 소화한 뒤 콩팥으로 잘 배출되지만 만성 콩팥병이라면 배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름 제철 과일에 칼륨 함량 높아
더위가 지속되면 여름을 타는 현상이 많이 생긴다. 몸 속 칼륨이 부족해지면서 쉬 피로하고 무기력해지는 것도 여름을 타는 현상의 하나다. 건강하게 여름을 나려면 칼륨 섭취가 필수적이다. 특히 칼륨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는 여름을 활기차게 보내는 기본적인 먹거리다.
하지만 콩팥 기능이 망가져 제 역할을 못하는 만성 콩팥병 환자가 과일·채소를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과일·채소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는 이를 잘 배출하지 못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칼륨이 많이 든 과일로는 수박 바나나 키위 딸기 등이 대표적이다. 칼륨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 과일은 포도 오렌지 사과 등이다. 칼륨 함량이 높은 채소는 버섯 호박 미역 시금치 쑥 부추 상추 등이다. 칼륨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 채소는 가지 당근 배추 콩나물 오이 깻잎 등이다.
문주영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가 칼륨 함량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면 혈청의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며 “이 때 근육 힘이 빠지거나, 이상 감각이 생기고, 심지어 심장 부정맥이 발생하고, 심장이 멎는 등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콩팥은 비타민 D 전구체를 몸 안에서 활성화하는 일을 한다. 따라서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콩팥병 환자는 비타민 D 전구체를 제대로 활성화하지 못해 부족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그 결과 병 진행을 늦추거나 치료하기 더 어려워진다. 콩팥병 환자가 더운 여름이라도 체력 저하를 막고 비타민 D 생성을 돕기 위해 일정 시간 햇볕을 쬐는 야외활동을 꼭 해야 하는 이유다.
소변 보는 양만큼 물 마셔야
한국인은 식사 때를 제외하고 하루 1리터 정도의 물을 마신다. 여기에는 청량음료와 커피 등에 든 물도 포함된다. 따라서 식사 때 수분섭취량까지 합쳐도 하루 수분 섭취량은 2리터를 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은 이보다 더 많이 물을 마셔도 문제되지 않는다. 600만명 정도 되는 콩팥병 환자도 별로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이들 중 투석(透析) 치료를 받는 5만여명을 비롯한 만성 콩팥병 환자 15만명은 물을 너무 마시면 안 된다. 콩팥 기능이 30% 이하로 떨어져 있어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콩팥에 무리가 가 저나트륨혈증, 심지어 폐부종까지 생길 수 있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 콩팥병 환자는 수분이나 나트륨, 칼륨 등 전해질 조절능력이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만성 콩팥병 환자의 수분 섭취 권고지침은 ‘소변을 보는 양만큼만 물을 마셔라’다. 단 소변 색깔이 진한 갈색일 때는 소변이 농축돼 있다는 뜻이므로 물을 충분히 마셔 희석해야 한다. 반면 옅은 갈색이나 노란색을 띨 때는 물을 적절히 마시고 있다는 뜻이므로 물을 더 마실 필요가 없다. 정경환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 콩팥병 환자는 1일 소변량이 1,000㏄ 미만이거나 부종이 있다면 하루 수분 섭취량을 ‘전날 소변량+500~700㏄(종이컵 2~3컵)’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만성 콩팥병="" 환자가="" 주의해야="" 할="" 수칙=""> 만성>
1.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ㆍ채소를 삼가라.
-[과일 100g 당 칼륨량(㎎)] 바나나 380, 참외 221, 토마토 178, 귤 173, 배 171, 단감 149, 수박 139, 포도 134, 오렌지 126, 사과 95
2. 과일은 통조림 과일을, 채소는 데쳐 먹어라.
-과일ㆍ채소를 물이 담가 놓거나 데치면 칼륨이 물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과일을 통조림으로 만들면 생과일보다 칼륨 함량이 적다. 채소는 가급적 잘게 썰어 재료의 10배 정도의 따뜻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갔다가 새 물에 몇 번 헹궈 사용하면 칼륨을 30~50% 줄일 수 있다.
3. 주식은 흰밥으로 먹으라.
-검정쌀, 현미, 보리, 옥수수, 찹쌀 등에는 흰쌀보다 칼륨이 많다. 도정이 덜 된 곡류에도 칼륨이 많다. 노란 콩에 검정 콩보다 칼륨이 훨씬 많다. 녹두, 팥, 우유에도 칼륨이 많다.
4. 조리 시 저나트륨 소금은 피하라.
-저염 소금이나 저염 간장에는 나트륨보다 칼륨이 많다.
5.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 마라.
-갑자기 물을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증이 생길 수 있다. 운동 전에 물을 마시고 운동 중 10~15분마다 120~150mL 정도 섭취해야 한다.
6. 이온음료와 탄산음료로 갈증 풀지 마라.
-탄산음료는 장내 흡수가 잘 안돼 갈증이 해소되지 않고 위 팽만감과 복통만 유발할 수 있다. 이온음료에는 칼륨이 많아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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