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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백색국가 제외’… 통상분쟁 넘어 ‘한미일 3각안보’ 균열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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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백색국가 제외’… 통상분쟁 넘어 ‘한미일 3각안보’ 균열 속셈

입력
2019.07.15 04:40
수정
2019.07.15 07:3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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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의원 선거용 액션 아닌, 안보 볼모 국가관계 재설정 의도 

 靑, 국가 위기상황 대처 움직임… 맞대응보단 국제공조 속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대응논의를 위해 미국을 찾아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대응논의를 위해 미국을 찾아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 우호 국가)에서 제외할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와 정부는 대응 태세를 강화한 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이 오는 21일 열리는 참의원선거를 의식한 일시적 ‘정치적 액션’ 차원이 아니라, 안보ㆍ경제를 볼모로 국가 대 국가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하려는 속내일 수도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한국과 일본 중 누가 전략물자를 북한에 유출했는지를 공동 검증하자’는 제안에 대한 일본의 반응을 기다리는 동시에, 미국의 ‘역할’을 요청하기 위한 ‘국제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려는 일본의 ‘진짜 의도’를 탐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화이트리스트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을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한일관계 문제는 경제 영역에 국한된 사안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향후 상황이 전개되고 정부 방침이 정리되면 정부의 입장을 밝힐 적절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정부 외교안보 라인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까지 들고 나온 것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체제’를 근본적으로 깨고 한국을 우방국에서 제외하겠다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데 어느 정도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간 역사 갈등과 무역 분쟁은 표면적 이유일 뿐, 동북아 안보 정세를 크게 흔들겠다는 것이 일본의 속셈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간 신중 대응 기조를 유지해 온 청와대에서도 ‘일본의 조치를 단순히 경제ㆍ산업ㆍ통상 문제 차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적극 대응론과 함께 현 상황이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라는 위기론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는 당장의 맞대응은 피한 채,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 확인될 때를 기다리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구하는 외교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지난 12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한일 양국의 4대 수출통제 체제 위반 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나 적절한 국제기구에 의뢰하자”고 공개 제안한 것에 대한 일본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NSC의 질문에 일본이 입장을 내놓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언론 등을 통해 쏟아지는 양국 관계에 대한 해석에 일일이 반응하기 보다는 국가 대 국가로 제안한 공식 입장에 주목하겠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3박4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14일 귀국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방미 성과를 분석하면서 국제사회에 이번 사태의 실상 알리기에 나서는 등 외교 대응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현종 2차장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 방문에서) 당초 생각한 목표를 충분히 이뤘다”면서 "백악관 인사들과 상·하원 의원들을 두루두루 만나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잘 설명했고, 미국 측 인사들은 예외 없이 이런 입장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등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한일 갈등에 미국이 중재할 계획이 없다’고 언급한 것이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해선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어제 브리핑에서 ‘한미일 3국 관계 강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한 이 언급이 저의 대답을 대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 외교전’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상대로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비롯한 일본의 무역 조치가 한미일 3각 공조 체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이 설득 포인트다. 김 2차장에 이어 11일 워싱턴에 파견된 외교부 윤강현 경제외교조정관과 김희상 양자경제외교국장이 미국 정부의 카운터파트를 각각 만나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알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0일 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해 일본 조치와 관련한 우려를 전달했다.

한국의 로키 대응과 미국 정부의 표면적 신중 대응은 다음 달 일본이 법 개정을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실제로 제외할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실행할 경우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체계의 실질적 균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한미가 원론적으로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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