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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예산 한 푼도 못썼는데 20배 증액… 황당한 추경 사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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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예산 한 푼도 못썼는데 20배 증액… 황당한 추경 사업들

입력
2019.07.16 04:40
수정
2019.07.16 08: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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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예비심사 보고서 분석]

폐색 전원케이블 개량 사업 예산, 집행액 0원인데 112억원 증액

노후 보일러 친환경으로 교체… 보조금에도 저소득층엔 그림의 떡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지난 12일부터 정부의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본격 심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추경이 조속히 통과돼야 꺼져가는 경기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일부 추경 사업을 두고는 “정말 긴급하게 추가 예산을 편성해야 할 사업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본보가 15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추경 예비심사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본예산 집행도 제대로 안 되는 예산이 대거 증액되거나 △추경이 통과돼도 올해 안에 집행이 어려운 사업들이 적지 않았다.

◇기존 예산도 못 썼는데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개ㆍ보수 예산에 포함된 ‘폐색 전원케이블 개량’ 사업은 이번 추경안에서 112억원 증액(본예산 6억→추경 118억원)됐다. 하지만 이 사업의 본예산은 지난 4월말 현재 집행액이 ‘0원’이다. 기존 예산도 한 푼 쓰지 못한 상황에서 추경이 20배나 증액된 것이다.

게다가 추경 이후 ‘입찰→사업자 선정→노후도 진단 및 교체ㆍ보강’ 등 통상의 절차에 900일 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예산이 올해 얼마나 집행될지 미지수라는 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지적이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사업자가 선정돼 있고, 설계ㆍ인허가도 끝나 예산만 통과되면 즉시 공사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교통사고 취약 지점인 국도 선형불량 구간을 개량하는 ‘위험도로 개선’ 사업 또한 249억원이 증액(본예산 1,264억→추경 1,513억원)됐으나, 4월말 기준 집행률은 26.9%에 그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사업 지연 등의 이유로 ‘못 쓰고 남은 돈’인 이월ㆍ불용액도 약 370억원에 달한다.

◇연내 집행 불투명한데

‘실탄을 조기 투입해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추경 취지와 배치되는 사업도 적지 않다. 미세먼지 해결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미세먼지 특화펀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추경으로 300억원의 신규자금을 편성해 펀드를 조성, 40여개 기업에 평균 10억원씩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운용사 선정(약 2개월)→펀드 조성(3~5개월)’ 등 준비 작업만으로 올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 기업에 실탄이 투입되는 시기는 빨라야 내년이라는 의미다.

작년 예산 130억원이 출자된 ‘미래환경산업펀드(2호)’ 또한 올해 4월에야 펀드 조성이 완료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출자에서 투자까지 장기간 소요되는 펀드출자 사업을 시급성이 요구되는 추경에 대규모로 편성하는 게 적정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단지를 청년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드는 ‘산업환경개선펀드’(본예산 2,900억→추경 3,260억원)도 마찬가지다. 추경 통과 이후 ‘운용사 및 사업계획 선정→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거쳐야 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연말까지 SPC 설립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연내 경기부양 효과 등을 유발하기엔 미흡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영장, 체육관 등을 짓는 ‘국민체육센터 건립’ 사업(본예산 2,075억→추경 2,238억)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매년 실제 집행이 부진했고 △올해 본예산도 대폭 늘었고 △추경으로 예산이 추가 증액돼 “연내 실집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 - 송정근 기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 - 송정근 기자

◇비현실적인 사업 목표치

미세먼지 대응사업의 핵심 중 하나인 ‘저(低)녹스 보일러 보급’ 사업은 15년 이상 노후 가정용 보일러를 친환경 저녹스 보일러로 바꿀 때 보조금을 주는 사업이다. 정부는 추경안에서 보조금을 인상(16만→20만원)하고, 지원규모를 대폭 확대(3만→30만대)하며 관련 예산을 336억원(본예산 24억→추경 360억원)이나 늘렸다.

문제는 올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지다. 본예산(3만대)과 별개로 이번 추경을 통해 추가 보급되는 보일러 물량은 27만대다. 하지만 올해 6월말 기준 서울시의 저녹스 보일러 보급물량(본예산) 1만4,600대 중 실제 보급된 물량은 21.6%(3,150대)에 불과하다.

또 우선 지원대상인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에겐 이 사업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저녹스 보일러 평균 판매가격은 약 72만원이다. 저소득층이 보일러를 교체하려면 보조금을 받아도 약 52만원은 부담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서울시에 따르면 2017~2018년 저소득층에 대한 보일러 보급실적은 315대에 그쳤다. 환경부 관계자는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 인상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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