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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주에 이어 BTS도…보수국가 사우디에 부는 K팝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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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주에 이어 BTS도…보수국가 사우디에 부는 K팝 바람

입력
2019.07.16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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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관객 참가 한계, 신체 접촉 금지 등 보수적 문화 환경 극복 과제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1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월드 투어 '슈퍼쇼 7S' 공연을 하고 있다. 레이블SJ 제공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1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월드 투어 '슈퍼쇼 7S' 공연을 하고 있다. 레이블SJ 제공

해외 문화에 대해 지극히 보수적인 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K팝을 받아들이고 있다. 대도시에 대형 아이돌 그룹 공연을 허가하는 등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행보다. 와하비즘(Wahabismㆍ이슬람 원리주의)을 추종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그간 해외 문화 콘텐츠를 엄격하게 금지했다. 서구 여성 가수 최초 공연이 지난 2월 머라이어 캐리 무대였을 정도다. 특히 여성 인권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월에 들어서야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가했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는 지난 12일 오후 9시(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인 제다의 축구경기장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월드투어 ‘슈퍼쇼 7S’ 공연을 열었다. 아시아 가수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독 공연을 연 것은 슈퍼주니어가 처음이다. 슈퍼주니어는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축제 제다 시즌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 양일 총 관객수는 8,000명이었다.

방탄소년단(BTS)도 10월 11일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를 열 예정이다. 슈퍼주니어와 방탄소년단 모두 기존 투어 일정에는 없었던 추가 콘서트다.

K팝의 사우디 진출은 과거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배척하는 정부 기조 탓이었다. 지난해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개혁적 성향이 강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가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국가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를 추진하며 대중문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제다 시즌 페스티벌에 정성을 들였다. 슈퍼주니어뿐만 아니라 미국 팝 그룹 백스트리트보이즈 등도 초청했다. 슈퍼주니어 매니지먼트 전담 회사인 레이블SJ 관계자는 “제다 시즌 페스티벌 내 K팝 무대는 기획 초기부터 논의됐고, 첫 후보가 슈퍼주니어였다”며 “무함마드 왕세자가 지난달 방한하는 등 양국 교류가 활발해지는 와중에 슈퍼주니어가 가교 역할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10월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10월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계도 있다. K팝 아이돌 그룹 팬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이 제대로 활동하기 어려운 사우디아라비아 문화 탓이다. 지난해부터 여성에게 차량 운전과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했지만, 남성을 대동하지 않고는 여성이 외출할 수 없는 마흐람 제도가 여전히 존재한다. 콘서트 공연에서도 남성 가수가 여성 팬에게 손을 먼저 뻗어선 안 되는 등 크고 작은 제약이 있다. 이런 탓에 미국 래퍼 니키 미나즈(37)는 여성 및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한다며 18일 예정됐던 제다 시즌 페스티벌 공연을 지난 9일 취소하기도 했다. 지난 2월 공연한 머라이어 캐리도 ‘보여주기식 문화 개혁’에 이용되지 말라며 사우디아라비아 인권운동가로부터 콘서트 거부를 요청받기도 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집권을 염두에 두면서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으론 통치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문화적 개방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 개혁도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지난달 국빈 방문과 최근 K팝 콘서트 개최는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 교수는 “K팝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상륙한다면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지만, 기성세대 중에는 이런 변화를 우려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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