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ㆍ2017 입사 아나운서 “업무 배제 부당” 진정… MBC “사규 개정 도외시”
“슬프지만 사랑하는 회사와 존경하는 선배를 신고하게 됐습니다.”
이선영 MBC 아나운서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그는 2017년 5월 계약직으로 입사했지만, 1년 만에 부당 해고된 뒤 지금껏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5월 이들의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했으나, 복직 후에도 두 달 가까이 업무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 아나운서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는 것에 맞춰, 부당한 사안을 우리 사회에 호소하고자 신고하게 됐다”며 “MBC와 2016ㆍ2017년 입사 아나운서가 종국에는 함께할 수 있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MBC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첫 신고 사업장이 됐다. 2016ㆍ2017년에 입사한 아나운서 7명은 16일 오전 MBC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복되는 비극의 고리를 끊어내고 싶다”며 “MBC에, 나아가 다른 직장 어디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이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MBC 2016ㆍ2017년 입사 아나운서 처우는 열악했다. 회사는 이들을 본사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 회의실에 배치했으며, 인트라넷 사용도 불허했다. 지난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2016ㆍ2017년 입사 아나운서 계약갱신거절이 부당해고라고 판정했으나, MBC는 이에 불복해 지난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진 업무 배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MBC의 입장이다. 2016년에 입사한 엄주원 아나운서는 “출근 첫날 인사부장이 업무 부여 계획이 없다며 사내 전산망 계정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며 “아나운서 국장은 우리를 배려해 공간을 분리했다고 하는데, 단순 격리한다고 서로 간 오해가 풀리진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2016ㆍ2017년 입사 아나운서를 ‘적폐’라고 손가락질한다. 보수정권 시절 부당해고가 된 아나운서를 대체하기 위해 선발됐고, 2017년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은 당시 본인들도 피해자였다고 호소한다. 당시 임원진이 계약 연장을 빌미로 파업 불참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2016ㆍ2017년 입사 아나운서 소송대리인 류하경 법무법인 휴먼 변호사는 “MBC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해주지 않아 고용청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며 “이 아나운서는 정규직과 똑 같은 절차를 거쳐 입사했기에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MBC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이미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에 맞춰 관련 사규를 개정하여, 신고 시 처리 절차 등을 상세히 규정했다”며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내부 절차를 도외시한 채, 개정법률 시행일 아침 기자회견과 노동청 진정이라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체협약의 취지 등을 고려해 1심 판결결과를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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