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열린 가운데 사틴의 한 쇼핑몰 안에서 시위대가 해산하는 과정에서 진압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6주째 계속되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시위 정국에 대응하기 위해 계엄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계엄령이 선포될 경우 홍콩의 국제적 금융 중심지 지위가 무너질 수 있어서 실제 발동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높지만, 일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현지시간) 홍콩 빈과일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 정부가 지난달부터 계속된 시위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로 ‘공안 조례 제17조’에 근거해 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조항은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이 장관 자문 기구인 행정회의와 논의해 극심한 혼란을 막기 위해 최장 3개월의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계엄령 발동 시 특정 지역과 특정 시간대에 시민들이 공공 집회를 개최하는 것이 금지될 수 있다. 또 특정 지역에 거주민이 아닌 외부 시민의 출입이 금지되고, 경찰의 불복종한 시민은 긴급 체포될 수도 있다. 홍콩 정부는 계염령이 발동됐을 경우 긴급 공공 서비스와 교통 대책을 어떻게 시행할지 등도 연구 중이라고 빈과일보는 전했다.

그러나 실제 계엄령이 선포될 경우 글로벌 금융 회사와 기관 등이 밀집된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지위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 발동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직 입법회 의원은 "계엄령이 선포될 경우 증시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외국 자본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면서 “(발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최근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잇따르고는 있지만, 지난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 때도 계엄령이 발동되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정치적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며 지난달 9일부터 시작된 홍콩 시위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은 죽었다’ 선언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법안 폐기와 람 장관 사퇴 등을 요구하며 계속되고 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이 같은 ‘계엄령 검토’ 보도에 대해 “다른 계획은 없다”라며 부인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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