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비보에 SNS서 애도 물결 이어져
16일 정두언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계 인사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당색을 떠나 합리를 추구했던 정 전 의원의 추모 행렬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고인과 라디오 방송을 함께 했던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두언 형님의 비보를 접하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며 “자택에서 현실을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어제 방송 할 때도 전혀 몰랐는데 세상에 어쩌면 이런 일이”라고 애통해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충격이고, 너무 안타깝다”며 “정치적 입장을 떠나, 솔직하고 용기 있는 보기 드문 선배 정치인으로 존경했던 분이었다. 유가족의 고통과 상처에 깊이 공감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나 확인을 거듭했다”며 “며칠 전 식당을 찾아 식사까지 했었는데 황망한 마음에 서운함마저 든다”고 전했다. 노 의원은 “여야를 넘어 합리적이고 바른 목소리를 냈던,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아꼈던 동료 정치인”이라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믿을 수 없게 고인이 되신 정두언 전 의원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정부 전ㆍ현직 관계자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적으로 교유한 분은 아니지만, 그간의 정치행보와 방송발언 등을 보면서, 저런 분과는 같이 손잡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깔끔한 성품의 보수 선배로 느껴졌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조 수석은 “한국의 자칭 ‘보수’가 이 분 정도만 되어도 정치발전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나의 불민(不敏)함에 대해서 종종 따끔한 비판을 하셨지만, 사실을 왜곡하는 중상이나 할퀴고 후벼 파는 식의 비방이 아니어 성찰의 기회로 삼았다”고 전했다. 이어 “권력투쟁의 한복판에서 정상과 나락을 경험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신 것 같다”며 “비극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과 평안을 빈다”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을 지낸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비운의 책사. 그를 멀리서 볼 때마다 항상 짠한 느낌이 들었다”며 “나만의 느낌이겠지만, 그의 허전함이 멀리서도 느껴졌다”고 전했다. 홍 전 의원은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해 보겠다는 청운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그가 그리던 세상은 멀어져만 간다”며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낸 정권이, 자신이 애정을 가졌던 정당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에 비운의 책사는 절망한다. 그 절망의 깊이를 우리가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정 전 의원과 정치적 노선을 같이 했거나 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야당 의원들은 고인의 구체적인 언행을 되새겼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 전 의원 비보가 전해진 16일 “충격에 정신이 멍하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게 무슨 일인가. 아직도 이루지 못한 꿈이 얼마나 많은데 이게 무슨 일인가”라고 황망해했다. 장 의원은 “선배님은 권력에 굴하지 않았던 용감하고 소신 있는 정치인이었고,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우리에게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가려줬던 방송인이었다”며 “자주 만나면서도, ‘형님, 사실은 많이 좋아했습니다’라는 그 말 한마디 못한 것이 너무도 한스럽다”고 전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7일 “고인은 특별한 존재였다”며 “저의 멘토이자 저로 하여금 보수 개혁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에너자이저였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항상 정곡을 찔렀고 촌철살인은 그 자체가 문학이었다”며 “당신은 부드럽지만 용기 있는 전사이기도 했다. 저는 고인으로부터 지혜와 함께 용기를 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두언을 닮고 싶어하는 제2의, 제3의 혁신적인 정두언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라 확신한다”며 “그게 순리이고 그게 역사다. 당신이 꿈꾸었던 그 세상, 그 나라, 후배들이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언급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정두언 의원의 비보에 망연자실, 내일(17일)도 저랑 방송 예정되었건만 말문이 막힌다”며 “진짜 합리적 보수정치인이었다. 저와는 절친도 아니고 이념도 달랐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였다”고 전했다. 이어 “MB에게 잘못 보여 우리는 함께 저축은행 비리에 연관되었다며 고초를 겪었지만 무죄로 명예 회복돼 함께 기뻐하기도 했다”며 “부인과 개업한 식당에 때때로 가면 예의 쑥스러운 웃음으로 감사하던 정두언 전 의원. 영면하소서. 그곳은 모략도 없어 억울한 누명이 없을 거다. 미망인 등 유족들께 위로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6일 오후 4시25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인근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전 의원 부인이 발견한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원 빈소는 17일 오전 9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졌다.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8시, 장지는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이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