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한미 정상의 통화내용을 누설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외교관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양중진)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K 전 참사관을 이달 초 불러 외교상 기밀을 누설한 정황을 조사했다. K씨는 검찰 조사에서 “강 의원과 통화한 시간이 5분 안팎에 불과했다”며 “기밀을 유출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강 의원은 지난 5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 소식통을 통해 파악된 사실”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일본 방문 직후 방한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강 의원의 이런 폭로를 기반으로 문 대통령이 ‘구걸외교’, ‘굴욕외교’를 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내부 감사를 벌인 끝에 강 의원의 고등학교(대구 대건고) 후배인 K씨가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을 파악하고, K씨와 강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K씨는 한미 정상이 통화한 다음날인 5월8일 대사관에서 통화 내용을 열람했고, 이튿날 새벽 강 의원과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통해 이를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부는 이 책임을 물어 K씨를 파면했다.
이에 대해 K씨는 “기밀 유출에 대한 징계는 감수하겠지만 악의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누설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평소 현 정부의 대미ㆍ대북정책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강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을 폄하해, 실무자로서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상황을 전달하던 중 이런 사실을 알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K씨 측은 “강 의원이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으며 ‘굴욕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청와대의 감사 결과와 K씨를 통해 파악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함께 고발된 강 의원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강 의원은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대미 외교 실상의 한 단면을 공개하고 국민적 평가를 구했을 뿐”이라며 정당한 의정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씨가 사실을 알린 것 역시 ‘공익제보’에 해당한다는 게 강 의원 측 주장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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