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나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나 전날 세상을 떠난 고 정두언 전 의원과 관련된 일을 언급했다.
17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배준현) 심리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잠시 재판이 쉬는 휴정 시간에 복도로 나온 뒤, “악수나 한 번 하자”며 이 전 의원을 따로 불렀다.
이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은 복도 한쪽에서 단 둘이서 약 1분간 대화를 나눴다. 대화를 마친 이 전 의원은 지켜보던 기자들을 향해 “정두언 의원 관련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전날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정 전 의원과 이 전 대통령은 ‘애증의 관계’로 얽혀 있다.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정무부시장을 맡아 이 전 대통령 캠프에 입문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개국공신으로 활약하면서 한때 ‘왕의 남자’로 불리며 막강한 권력을 누렸으나,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한 것을 계기로 권력 핵심부에서 멀어졌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불법 사찰을 당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정 전 의원의 장례식장에 문상을 가고 싶었으나 보석 조건상 불가능해 문상을 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을 통해 정 전 의원 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정 전 의원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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