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규제, 전세계에 부정적… 삼성 텍사스 사업장도 영향권에”
정부 관계자는 17일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와 관련해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인한 결과는 애플, 아마존, 델, 소니, 그리고 세계 수십억명의 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백색 국가) 제외를 강행할 경우 “한·미·일 3각협력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자유무역 제한을 넘어 한미일 3각 안보 체제를 흔들려는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고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가 국가 간 상생협력의 기반인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깬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일본이 수출제한과 관련된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삼성전자 사업장도 영향권에 들어있어 미국 또한 직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지난 수십년간 꽤 잘 작동했던 글로벌 밸류체인에 의문이 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사실상 수출규제 사태와 연계해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문제 삼고 있는 점을 비판하며 부당성을 역설했다. 일본의 조치가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주의에서 권력분립 원칙은 신과 국가만큼 중요하다”며 “(때문에) 한국 정부는 ‘1965년 합의가 반인륜적 범죄와 강제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다루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런 인식을 공유하지 않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강제징용 배상문제 중재안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리 정부가 참여하는 이른바 ‘1+1+α’ 방안 또한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상카드가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아울러 일본이 내세우는 수출규제의 명분 또한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태도 또한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중국이 2010년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을 차단했을 당시 “중일관계 악화는 세계 경제에 해롭다” “일본만을 겨냥한 것이라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에 해당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상기시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자유롭고 개방적인 경제는 세계 평화와 번영의 토대”라고 발언한 사실도 거듭 상기시켰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일본과의 건설적 대화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아베 정부가 늦지 않게 협의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LNG 공동구매, 아시아 슈퍼그리드 설립 등 협력의 잠재력은 무한하다”며 “한국과 일본은 기술과 혁신을 통해 동북아시아 지역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과 기술은 전쟁의 도구가 되면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페니실린이 세상에 준 혜택,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소니 워크맨이 준 혜택을 떠올려보자. 이런 창의성을 정부의 조치로 소멸시켜선 안 된다”는 말로 아베 총리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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