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조가 굴레 돼….독자적 목소리 제약”
“북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들 보고 싶은 것만 봐”
“북미 실무협상 한미훈련 끝난 후…샅바싸움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질 듯”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17일(현지시간) 한미간 대북정책 공조를 위해 만들어진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 ‘굴레’라는 표현을 쓰며 한국의 독자적 대북정책을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 시점과 관련해선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가 될 것으로 보면서 북미 간 샅바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싱크탱크 세미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정 전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8•15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발전의 종속 변수가 아니다’고 했다”며 “이후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었다고 해서 ‘2인 3각으로 묶이는구나, 맘대로 못하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을 거론하며 “(당시에) 한국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고 엇박자를 내니까 ‘한미공조’라는 굴레를 씌웠다”며 “명분상 거역할 수는 없는데 공조가 결국은 굴레가 돼 가지고 한국 정부가 독자적 목소리를 낼 때마다 (미국 측에서) ‘왜 딴소리 하냐’는 역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만들어진 한미 워킹그룹도 한국의 독자적 대북 행보를 제약한다는 얘기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최근 북미 실무협상 재개와 연계해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가 미국에 강력하게 (연합훈련에 대해) 얘기했으면 좋겠는데 워킹그룹에서 (연합훈련을 하기로) 합의를 해줬으니까 그렇게 된 거 아니겠느냐”며 “한미 워킹그룹이 앞으로 아마 한국의 독자적 대북정책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강하게 토로하면서 “같이 가려면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들하고 가야 되는데 북한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공조를 꼭 해야 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현재 정부에 있지 않기에 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에 대해 “북한을 정확히 알고 분석해 정책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보고 싶은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 놓고 본다”며 “미국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 때문에 실망이 크다”며 아쉬움을 거듭 쏟아냈다.

정 전 장관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 시점과 관련해선 “우리는 (연합훈련을) 줄일 생각은 없는 것 같고 적어도 실무협상 자체도 그 훈련이 끝나야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북한이) 그렇게 말을 꺼내 놨는데 북한의 요구를 무시하고 (연합훈련을) 강행하면 북한도 체면이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요란하게 전 세계 사람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건 지나간 일이 되고 마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10월 넘어서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실무협상을 가지고도 샅바싸움이 8월 중순까지도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한미경제연구소(KEI)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오피니언 리더 세미나 참석차 방미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수훈 전 주일대사와 이재영 KIEP 원장 등이 참석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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