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에선 의미 있는 발자취가 남았다. 알렉산드르 말체프(24ㆍ러시아)가 남성 선수론 처음으로 이 종목 2관왕에 올랐기 때문이다. ‘수중발레’ 또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불리다 2017년부터 ‘아티스틱 수영’으로 명칭이 바뀐 이 종목은 그간 ‘금남(禁男)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각종 국제대회에서 혼성팀들의 완성도 높은 연기가 이어지면서 올림픽 정식 종목에도 차츰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말체프는 20일 광주 염주체육관 아티스틱 수영장에서 열린 혼성 듀엣 자유종목(프리 루틴) 결승에서 마이야 구르반베르디예바(20)와 조를 이뤄 92.9667점을 받아 우승, 또 한 번 세계 정상에 올랐다. 앞선 15일 규정종목(테크니컬 루틴)서 금메달을 따낸 데 이은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아티스틱 남자 선수론 사상 최초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2관왕’과 ‘혼성 듀엣 3연패’(2015, 2017, 2019)라는 기록을 동시에 남겼다.
그가 걸어온 길은 차별과 조롱의 연속이었다. 스포츠계에선 남성보다 여성의 진입장벽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가 선택한 아티스틱만큼은 달랐다. 7세 때 아티스틱에 입문한 말체프는 어릴 적부터 “아티스틱 수영 선수론 미래가 없다”며 수구 등 다른 종목으로 바꾸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꿋꿋이 외길을 걸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성의 종목’을 고집하는 바람에 체육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력을 펼칠 무대도 적었다.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남성에게 아티스틱 출전이 처음 허용된 건 ‘혼성 듀엣’(남녀 혼성 2인조)이 새로 추가된 2015년 러시아 카잔 대회다. 여전히 수영계에서는 여성만의 대회가 되어야 한단 목소리가 높은 상태로, 내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여성 듀엣과 여성 단체 종목만 펼쳐질 뿐 혼성 종목은 제외됐다.
그는 영국 BBC를 통해 “이제 아티스틱 수영은 혼성스포츠인데도 올림픽에선 여성만의 것”이라며 “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 만큼) 2024년 파리 올림픽엔 꼭 나가고 싶다”고 했다.
다만 올림픽 정식 종목을 위해서는 ‘저변 확대’란 과제가 남아있다. 앞서 12일 치러진 예선에서도 결선 출전 가능국(12개 팀) 수보다 적은 9개 팀이 출전, 예선을 치른 모든 팀이 결선에 진출했다. 국내에서도 현재 아티스틱 남자 등록 선수는 중ㆍ고교생 각 한 명씩 총 두 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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