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ㆍ배재ㆍ세화고 3개학교 교장ㆍ학부모ㆍ학생 대표 등 참석
평가지표 늦은 공개 집중 성토…시교육청 앞에선 수백명 시위도
“저희는 자사고 만들어 달라고 한 적도 없고, 폐지해 달라고 한 적도 없어요. 자기들이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다시 없앤다고 하니 한창 공부해야 할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 아닙니까?” (경희고 학부모 김도연씨)
22일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8개 학교의 청문절차를 시작했다. ‘청문(聽聞)’은 학교 측 소명을 듣는 마지막 자리이자 지정취소 절차 중 하나다. 22~24일 3일간 열리는 청문회의 첫 날인 이날은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3개 학교의 청문절차가 진행됐는데, 폭염에도 불구하고 자사고 학부모 수백명이 청문절차가 진행되는 내내 교육청 정문 앞에 앉아 ‘자사고를 지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청문 대상인 경희고에서는 이정규 교장을 포함한 학교 관계자, 학생, 학부모, 법률대리인 등이 참석했다. 이 교장은 청문장에 들어가기 전 “그동안 우리 학교는 정말 열심히 교육하고 노력했다.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했다”며 “반드시 자사고 (지위를) 복원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은 학교마다 1시간 30분~2시간가량 진행됐다. 자사고 측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지정취소를 목적으로 부당하게 진행됐다는 점과 평가지표를 늦게 공개한 데 대해 집중적으로 이의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지표는 지난해 12월 공개됐는데, 이에 대해 자사고 측은 ‘준비할 시간이 없게 갑작스럽게 진행됐다’고 반발하는 반면 시교육청은 ‘교육과정의 다양성 등 사전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평이한 평가지표였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학부모 대표 자격으로 청문에 참석한 이숙영 경희고 학부모회장은 “학생들이 자사고를 가고 싶어 선택했는데 평가라는 이유로 좌절감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생 대표로 청문에 참석한 김민섭 경희고 학생회장은 “청문에서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고가 입시사관학교라는 평가는 와전된 소문”이라며 “우리 학교는 경험과 문화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청문이 진행되는 내내 시교육청 앞에선 학부모들의 반대 집회가 이어졌다. 경희고 학부모들은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경희고를 지켜주세요” “학교는 우리 것”이라고 외쳤다. 배재고와 세화고 학부모들은 검은색 티셔츠와 선글라스, 마스크를 낀 채 침묵으로 항의의 뜻을 전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주로 자사고 폐지 이후의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녀가 경희고 1학년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정숙씨는 “애들 스스로가 일반고 아닌, 자사고에 가고 싶다고 해서 보낸 것”이라며 “일반고야말로 상위권 몇 명만 끌고 가는 분위기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배재고 3학년에 자녀가 재학 중인 한 학부모도 “자사고를 억지스럽게 폐지하니까 문제”라며 “일반고의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수준을 높여놓으면 부모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학비가 3배나 비싼 자사고에 왜 보내겠냐”고 되물었다.
23일에는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24일에는 중앙고 한대부고의 청문절차가 차례로 진행된다. 모든 학교의 청문절차가 끝나면 시교육청은 오는 26일쯤 교육부에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신청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신속하게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르면 8월 첫째 주 서울 자사고들의 지정취소 여부가 최종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경우 전북과 달리,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교육부의 표준 권고안을 수용하는 등 평가 기준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시각이 많아 교육부가 지정취소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가 지정취소에 동의한 자사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신입생을 뽑는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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