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硏 ‘청년층 고용 노동 실태’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이모(31)씨는 4년째 구직 중이다. 현재까지 60여곳이 넘는 기업에 원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산관리사(FP) 자격증이 있고 토익 점수도 900점을 상회하지만 취업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이씨는 “당장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어 동기들에 비해 자격증도 적은 게 흠인 것 같다”며 “구직기간이 길어지니 자존감이 점점 떨어지고 우울감도 심해져 한 달 넘게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극심한 취업난에 좌절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들은 취업 준비를 위해 평균 3.3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치열한 ‘스펙 쌓기’에 나섰지만, 첫 일자리를 구하는 데 평균 11.7개월이 걸렸다. 특히 경쟁에서 밀려난 청년 10명 중 1명은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니트족(NEETㆍ청년무업자)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청년층 고용·노동 통계 및 실태조사’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9월 15~34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각종 자격증 취득(53.8%), 외국어 능력 개발(47.8%), 취업 관련 정보 수집(43.5%), 입사 면접 준비와 참여(37.7%), IT와 컴퓨터 관련 교육과정 수강(28.2%), 국내외 현장실습 및 인턴십(15.3%), 해외 어학연수(10.8%) 등의 활동을 했다. 활동 비용은 연수기간이 긴 해외 어학 연수 준비 및 연수는 853만원, 준비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공무원 시험 및 고시 준비는 연간 263만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창업의 경우도 초기 창업 비용 투자를 위해 512만원을 썼다. 특히 외모로 인한 사회적 차별이 심각하다고 여기다 보니 ‘외모 관리 및 성형’ 비용으로 98만원을 사용했다.
청년들은 취업 준비 과정에서 자격증 취득을 이른바 ‘스펙 쌓기’의 대표 과정으로 여기고 있었다. 조사 대상들은 평균 3.3개의 자격증을 소지했는데, 4개 이상 취득한 응답자도 31.0%에 달했다. 이렇게 치열한 과정을 거쳐 청년들이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7개월. 다만 13~24개월(20.8%), 25개월 이상(10.4%) 등 장기간 취업에 매달린 경우도 상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 전쟁에 밀려 아예 구직을 단념하거나 쉬고 있는 청년도 전체의 10.3%에 달했다. 구직 단념자는 여성(9.0%)보다 남성(11.8%), 25~29세(8.9%)에 비해 30~34세(10.2%)에 해당하는 후기 청년의 비중이 높았다. 모두 현재 수입을 목적으로 일을 하지 않으며 직업교육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이들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좌절한 청년 니트족은 취약계층이어서 발굴이 우선돼야 하는데 현재 각 지방 고용센터 역할로는 한계가 있다”며 “읍면동 단위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절한 고용서비스를 연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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