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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긱 노동자 보호할 제도 고민해야”

입력
2019.08.01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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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폴 오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오이어 교수 제공.
폴 오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오이어 교수 제공.

“긱(Gig) 노동자는 언제나 있었습니다. 단지 디지털 플랫폼의 발전으로 긱 일자리를 찾기가 이전보다 쉬워졌을 뿐입니다.”

지난 5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포드대 캠퍼스에서 만난 폴 오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노동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디지털플랫폼을 통해 ‘긱 경제’를 연구하는 노동경제학자다. 그는 긱 노동자의 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직접 ‘우버 기사’가 돼 50여차례나 운행했다. 면허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니 연구자로서 안 해볼 이유가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버 운전을 통해 오이어 교수가 배운 건 이 직업이 단순해 보여도 운전자의 경험과 행동에 따라 수입이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운행 초기에 승객을 태우기 위해 무작정 풋볼 게임이 열리는 경기장 근처로 달리다 길을 잘못 들어서 승객을 놓치고 말았지요. 2주 뒤 경기가 있는 날에는 주변 도로를 조사하고 우버 기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각종 정보를 얻은 뒤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죠.”

이는 우버 운행자들의 수익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는 이유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됐다. 우버의 알고리즘은 기사의 경력이나 개인 특성과 상관없이 동등하게 작용하지만, 남성 기사가 여성 기사에 비해 약 7% 더 수익이 많았던 것. 오이어 교수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경향이 있고 심야에 운행하는 경우도 많다” 며 “긱 경제를 이끄는 알고리즘이 중립적이더라도 그 결과는 사회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긱 노동의 장점인 시간적 유연성이 한편으론 큰 부담이라는 것도 체감했다. 긱 노동자들은 일한 만큼 버는 1인 기업이기 때문에 쉬는 시간을 줄이면서도 일을 더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오이어 교수는 “우버 운전을 하는 기간엔 약혼자와 함께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일하러 나가야 하나?’ 생각하게 됐다”며 “이는 수입 변동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긱 노동자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폴 오이어 교수는 긱노동자 연구를 위해 직접 우버 기사가 됐다. 우버를 운전하면서 4.97점의 높은 평점을 받은건 여전히 그의 자랑이다. 오이어 교수 제공.
폴 오이어 교수는 긱노동자 연구를 위해 직접 우버 기사가 됐다. 우버를 운전하면서 4.97점의 높은 평점을 받은건 여전히 그의 자랑이다. 오이어 교수 제공.

긱 노동이 우버 같은 기업만 살찌우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해 빈부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많지만, 오이어 교수는 “긱 경제 속 격차는 전반적인 빈부 격차의 축소판일 뿐”이라며 원인과 현상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거시적으로 볼 때 긱 경제는 부의 재분배에 기여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업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다른 지역 또는 다른 나라의 프리랜서 인력을 채용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한 곳에 모여있던 부가 다른 곳으로 흐르는 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은 미국 경제가 호황이라 긱 노동자들이 ‘유연한 고용’의 혜택을 즐길 수 있지만, 불황으로 일거리 자체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가 나빠지면 긱 노동으로 버는 부수입이 일종의 ‘대안적 사회안전망’처럼 작용할 순 있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경제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긱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구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팰로앨토=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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