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종 입장 기다리는 중”
인도적 대북지원 거부에 당혹
우리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쌀을 북한이 거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문제 삼으면서다. 이에 따라 쌀 수송 등을 위한 준비 작업들이 잠정 중단됐다. 정부는 북한의 정확한 의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한미 훈련을 이유로 정부가 제공하는 쌀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는가’라는 질문에 “세계식량계획(WFP)과 북한 간 실무협의 과정에서 그런 입장을 표명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정부는 국내산 쌀 5만톤을 국제기구인 WFP를 통해 북한에 지원하기로 지난달 19일 결정하고, 남북 중개 기구 격인 WFP와 실무 협의를 진행해왔다. WFP 평양사무소가 지난 주말 북한 외무성 인사로부터 ‘내부에 쌀 수령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있다’는 입장을 전해 듣고 이를 우리 정부에 알려 왔다고 한다.
정부는 ‘수령 거부’가 북한의 최종 입장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현재로선 외무성 실무자의 발언일 뿐, 북한의 공식 방침이라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최종 판단이 어떻게 될진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북한의 최종 입장을 기다리기로 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우리 정부의 대북 쌀 지원이 북한 내부 사정 때문에 취소된 전례는 없다.
북한은 지난 16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연습 진행 여부에 따라 북미 실무협상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경고했다. 한미 정부가 입장 변화 기미를 보이지 않자 ‘쌀 거부’ 카드를 꺼낸 듯하다.
간만에 인도적 대북 지원을 재개하려고 했었던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북한이 불만을 표한 훈련은 다음달 초부터 3주 일정으로 진행될 연합위기관리연습(CPX)일 텐데, 해당 연습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안 받겠다는 북한에 굳이 쌀을 쥐어주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 역시 부담이다. ‘대북 퍼주기’ ‘저자세’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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