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개인자산관리(WM)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내 프레젠테이션(PT) 대회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사무금융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 지부는 25일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저성과자 괴롭히기 수단인 PT 대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문제의 PT 대회가 사실상 ‘저성과자 낙인 찍기’라고 주장한다. 경영진이 지난 17일 발표한 대회 참가 대상자 125명의 명단을 보면 △본사에서 영업점으로 발령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직원 △전략적 성과관리 대상자 △금융ㆍ오프라인 수익 및 활동성 지표 기준 저성과자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자 사측이 참가 대상자를 영업직원 전체로 확대해 대회를 강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대회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신설 조항(제76조 2ㆍ3항)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오병화 지부장은 “이번 대회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 직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이 대회 참가 직원 명단을 공개 발표하면서 해당 직원들이 수치심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은 “이번 대회는 고객관리 및 상품판매 관련 우수사례를 공유하며 영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고 반박했다. 애초부터 전체 영업점 프라이빗뱅커(PB) 전원(423명)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총 4차에 걸쳐 대회를 진행할 계획이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사측은 “노조가 문제 삼은 1차 대회 참가 대상자는 본부ㆍ직급ㆍ영업기간별 비중을 고려해 선정한 것으로 저성과자를 따로 추려낸 것이 아니다”라며 “전체 영업직원 중 3분의 1이 넘는 125명이 저성과자라는 주장 자체가 말이 안되고, 실제로 이들 중 70%가 넘는 약 90명이 성과급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