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67톤이다.
1959년 9월14일 달과 충돌한 소련의 탐사선인 루나 2호(무게 390㎏)를 시작으로 60년간 인류는 배설물부터 월면차까지 다양한 잔해와 탐사장비, 기념품을 달에 남겼다. 진공에 가까운 달은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지 않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인류가 남긴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다.
1969년 7월21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발을 내디딘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은 67년 발사 시험 도중 화재 사고로 숨진 아폴로 1호 우주비행사 3인을 기리는 명판을 달에 두고 왔다. 무게가 15톤에 달한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선 이글호 하단부와 아폴로 11호 우주선을 달까지 밀어준 새턴5호 로켓 3단 부분도 남겨졌다. 지구로 귀환을 앞두고 우주선 무게를 최대한 줄이겠다면서 아폴로 11~17호 우주비행사들은 배설물 봉투 96개를 달에 버리기도 했다. 소련이 70년과 73년 달 탐사를 위해 착륙시킨 무인 월면차 루노호트 1ㆍ2호, 71년 아폴로 15호 우주비행사들이 탔던 월면차 루나로버도 그대로 달에 남겨져 있다. 그 모든 것 중 가장 유명세가 높은 것은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달에 남긴 첫 발자국, 인류의 우주 탐험을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유산으로 남아 있다.
영원히 보전되리라 생각됐던 이들 ‘위대한 유산’들이 훼손될 위험에 처하고 있다.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세계 각 나라들과 민간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달 탐사에 나서면서다. 아폴로 우주선 착륙지 보존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모든 달종족을 위하여(For All Moonkind)’의 공동설립자이자, 미국 미시시피대 법대 전임강사인 미셀 핸론은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등과의 인터뷰에서 “우주비행사의 발자국과 월면차 등은 인류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인류의 법적 보호 테두리 밖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아폴로 우주선 착륙지를 아예 국립공원으로 만들고자 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우주 조약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유엔은 1967년 우주 조약을 통해 ‘우주 공간은 모든 국가에 개방되며 어느 국가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뉴욕타임즈는 11일(현지시간) 관련 보도를 통해 “아폴로 착륙지와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루나 2호 착륙지점, 인류가 처음으로 달 뒤편에 내려앉은 중국 창어 4호 착륙지 등을 보호구역으로 설정하거나, 탐사에 제한을 두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누군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언급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세계문화유산 선정은 보통 해당 국가의 요청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아폴로 착륙지 2㎞ 이내에 새 탐사선이 착륙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2011년 7월에 마련, NASA의 지원을 받는 기관ㆍ기업들에게 전했다. 우회적이나마 아폴로 착륙지 보존에 나선 것이다.
전 세계 우주탐사 예산의 74.8%(107조7,600만달러ㆍ2017년 기준)를 차지하는 미국의 최근 행보는 좀 더 직접적이다. 게리 피터스 상원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인류의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작은 발걸음(One Small Step)’ 법안이 이달 상원을 통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법안 이름은 “개인에겐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말한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의 명언에서 따왔다. 법안에는 달 탐사와 관련해 허가를 내주는 모든 연방기관은 해당 기업들이 2011년 마련한 NASA의 권고안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핸론 전임강사는 “관련 법안이 외국 정부의 우주탐사활동에 어떤 권한도 갖지 못하겠지만 달에 있는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관심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올해 겨울 국제회의를 개최해 달에 있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지침서를 작성한 뒤 내년 6월 열리는 유엔 우주공간평화이용위원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100개 안팎인 달 탐사흔적 대부분은 미국에 의해 만들어졌다. 달에 있는 유산을 지키기 위한 지침 등이 새로 만들어질 경우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나 민간 기업의 탐사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폴로 17호의 착륙지에 탐사선을 보내 해당 지역의 탐사장비 등이 약 50년간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볼 계획을 갖고 있는 독일 ‘PT사이언티스츠(PTScientist)’는 “탐험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네브라스카대에서 우주법을 강의하는 잭 비어드 교수는 “배타적 구역을 만들고 자유로운 탐사를 막는 건 우주 조약의 기본 전제에서 어긋난다”고 말했다. 탄자 마손 네덜란드 라이덴데 교수 역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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