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강원 원산 일대에서 동해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5월 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77일만이다. 한미 군사ᆞ정보 당국은 이번에도 비슷한 종류의 미사일로 보면서도 저고도 궤적과 비행거리를 면밀히 분석한 뒤 ‘새로운 형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했다.
북한이 한일 갈등 격화와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등 동북아시아 정세가 요동치는 시점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무엇보다 미국을 향한 압박 의도가 커 보인다. 지난달 말 판문점 남북미 3자 회동 당시 미국과 2~3주 내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그간의 물밑 접촉에서 체제 안전보장이나 대북제재 완화ㆍ해제와 관련해 만족할 만한 메시지를 전달받지 못한 데 따른 불만 표출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 북한은 8월로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 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고, 최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 잠수함을 시찰하는 모습을 타전하기도 했다. 다음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리용호 외무상의 불참을 통보함으로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회동 가능성도 일축했다. 북한 외무상의 불참은 2009년 이후 10년만이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우리 정부가 지원한 쌀 5만톤의 수령을 거부하면서 내세운 이유도 한미 군사훈련이었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문제삼아 무력을 과시하는 것 자체는 새삼스럽지 않다.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북미 정상 간 합의에 따른 실무협상 준비 과정에서 미사일까지 발사하는 행위는 지나치다. 북한으로서는 체제 안전보장과 대북 제재 완화가 관건이겠지만, 협상력을 높이려는 행위가 과하면 비핵화 협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지금은 북미가 모두 협상의 동력을 살려나가야 할 때다. 상황 진전이 더디다고 군사적 도발로 상대방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상투적 행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구축 논의는 앞으로도 지난하겠지만, 그 출발과 끝은 당연히 협상 테이블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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