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의 한 직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온라인 모임에 위장 가입하고 피해자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ㆍ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의혹이 제기된 애경산업 직원 A씨와 회사를 26일 조사했다.
특조위는 10여명의 조사단을 꾸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9시간 동안 애경산업에서 실지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단은 A씨와 애경산업 관계자들의 진술을 듣고, 회사 컴퓨터와 전산망 등을 조사했다. 또 A씨가 온라인 모임에 가입한 목적과 회사 측의 지시 등 조직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 A씨의 활동이 회사에 보고됐는지 등을 조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온라인 모임인 ‘가습기살균제 항의행동(항의행동)’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 이 모임에 익명으로 가입했고, 지난 5월 모임이 실명제로 전환한 뒤에도 자신의 자녀가 피해자라며 본인의 이름으로 계속 활동했다.
모임 회원 중 한 명이 A씨의 이름과 애경산업 직원의 이름이 같다는 것을 알고 의심하자 A씨는 지난 6월 자진 탈퇴했다. 항의행동은 이 사실을 특조위에 조사 의뢰했고, 특조위는 지난 23일 전원회의에서 조사를 의결해 이날 조사에 나섰다. 특조위 관계자는 “이날 조사를 바탕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해, 위법한 사안이 드러나면 검찰 고발 등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경산업은 2003~2011년까지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메이트’를 약 160만개 판매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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