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신문, 지난해 11월 내부문서 보도… 화해 무드 속 “미제의 제재 해제 기대 마라”
북한이 지난해 11월 치안기관에 “미국 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는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의 문서를 내려보냈다고 도쿄(東京)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트럼프 놈’이라고 표현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보낸 제주도 귤 200톤에 대해서는 “괴뢰가 보내온 감귤은 전리품”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신문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와 조선노동당의 지침을 치안기관에 주지시키기 위해 작성된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말 작성된 해당문서는 ‘강연 및 정치사업자료-적의 제재 해제에 대한 조금의 기대도 품지 마라’는 제목으로 12쪽 분량이다. 치안기관인 인민보안성, 무장경찰, 조선인민내부군을 대상으로 작성된 것이다. 문서 작성 시기는 지난해 6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9월 평양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로 한반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된 때였다. 이에 도쿄신문은 첫 북미 정상회담 후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화해 무드를 연출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제재 해제에 대한 높아지는 기대를 억제해 단속에 힘쓰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서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트럼프 놈’이라 표현하고, “미국의 거물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핵만 포기하면 성취할 수 있는 것에는 제한이 없다고 줴쳐대고(지껄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를 완전히 말살하려는 적의 본심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면서 “적과 대화하든 교류하든 그것에 구애되지 않고 적과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날카롭게 관찰해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9월 평양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측의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감사 표시로 문 대통령이 11월 11일 북한에 선물로 보낸 귤 200톤에 대해 ‘전리품’이라 설명한 부분이 문서에 포함되어 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남측 동포의 뜨거운 마음이 담긴 선물에 사의를 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처럼 내부 문서에는 ‘괴뢰’ ‘미제’ ‘미국 놈들’ ‘트럼프 놈’ 등 북한 미디어에서 사라진 호칭이 등장했다. 더구나 ‘무장경찰’ ‘조선인민내부군’ 등은 북한에서 쓰이는 표현이 아니다. 문서 자체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도쿄신문은 “북한 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을 믿지 말라는 경고”라고 전했다.
통일부는 도쿄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이러한 문서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며 확인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