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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제에 ‘반도체 코리아’ 멈칫하자… 미국ㆍ대만 업체들 총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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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제에 ‘반도체 코리아’ 멈칫하자… 미국ㆍ대만 업체들 총공세

입력
2019.07.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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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 시스템 반도체 투자ㆍ생산 확대… TSMC는 파운드리 1위 수성 의지 

지난 3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정은승 사장이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삼성파운드리 포럼 2019 코리아'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정은승 사장이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삼성파운드리 포럼 2019 코리아'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주춤하는 사이 경쟁사인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오는 9월 예정된 도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포럼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 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 움직임에 기업들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2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대만과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이후 기술ㆍ설비 투자 등을 강화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견제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차세대 반도체 생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첨단 극자외선(EUV) 공정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TSMC는 대만 남부 타이난 산업단지에 신규 EUV 생산라인을, 북부 신추 산업단지에는 첨단 3나노 공정을 적용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또 5G 이동통신용 반도체 생산을 위해 기존 7나노와 5나노 생산능력도 확대할 방침이다.

TSMC의 이런 투자 계획은 공교롭게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 직후 공개됐다. 마침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시킨 포토레지스트(감광액)는 삼성전자의 EUV 공정에 사용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의 거센 추격을 받는 TSMC가 대규모 투자로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은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9.1%로 TSMC(48.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미국 인텔도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며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과의 격차 벌리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마이크론과 브로드컴, 퀄컴 등 다른 미국 반도체 업체들도 5G 이동통신과 자율주행 등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첨단 공정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아직 삼성이 자리잡지 못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올해 큰 폭의 성장을 이루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은 올해 인텔이 706억달러의 매출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 매출(631억달러)을 제치고 3년만에 다시 반도체 1위 기업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발목이 잡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면서도 기존 신사업 확장 계획은 흔들림 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2030년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를 사업 목표로 내 건 삼성전자는 일본 도쿄에서 개최하는 파운드리 포럼을 오는 9월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포럼은 현지 협력사, 수요업체들에게 삼성의 차세대 반도체 공정 기술과 향후 사업 계획 등을 소개하는 자리다. 삼성 입장에선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차질이 없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선언했지만 D램 생산라인 일부를 이미지 센서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시스템 반도체 강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 후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에 문제가 없는지 글로벌 IT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 되면 한국 업체들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 확장 전략은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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