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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의 중심잡기] 경제침략에 대응할 ‘신실력주의’

입력
2019.07.31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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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주의는 인간 자기계발 노력의 원동력

강점 살리며 부작용 막을 보완책 마련해

포용과 혁신의 신실력주의 사회 만들어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불안 속에서 무한경쟁의 악순환에 빠진 실력주의사회가 아니라 포용과 혁신의 선순환을 이루는 사회, 신실력주의사회다. 사진은 25일 오후 경북 구미에서 열린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불안 속에서 무한경쟁의 악순환에 빠진 실력주의사회가 아니라 포용과 혁신의 선순환을 이루는 사회, 신실력주의사회다. 사진은 25일 오후 경북 구미에서 열린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민주주의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알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실력을 재화 분배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실력주의사회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공정한 제도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제점 보완이 아니라 더 완벽한 실력주의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실력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타고난 재능과 집념, 그리고 부모의 배경 등은 개인 간 편차가 크다. 이러한 차이가 개인 간 실력의 차이와 빈부 차이로 이어진다. 또한 부모가 실력을 통해 형성한 재화를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고, 그 재화를 이용해 자녀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서 실력주의사회의 계층 고착 현상은 점차 심화된다.

다만 인간의 능력을 계층과 무관하게 무작위로 고르게 배포하는 신의 의지(혹은 자연의 법칙)의 결과로 실력주의사회에서는 계층 간에 이동의 여지가 생긴다. 실제로 상층에서도 명석하지 못한 자녀가 태어난다. 실력은 또한 타고난 능력에 반드시 개인의 노력이 더해져야 만들어진다. 그래서 상층 자녀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실력을 갖출 수 없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거나 좋은 직업을 갖기 어렵다. 이로 인해 계층 이동 가능성이 생겨난다.

계층 고착과 이동의 양가성으로 인해 실력주의사회에서는 빈부격차 심화, 대학과 같은 실력 잣대를 향한 경쟁 심화, 부와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한 편법과 불법의 난무,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심화 등의 문제가 커진다. 그러면 실력을 재화 분배 기준으로 삼는 실력주의사회를 깨야 할까? 실력주의 또한 민주주의처럼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깰 수 없다. 인간의 본능과 사회 특성, 최고만 살아남는 세계화 특성, 최근 격화되고 있는 선진국들의 경제 침략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실력주의보다 더 나은 분배 기준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

2019년 7월 일본이 한국에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이로 인해 한국 산업, 나아가 한국사회 자체가 커다란 혼란에 빠져 있다. 경제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개인과 기업들이 노력하여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계발하고, 그 중 누군가는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기계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이끌었던 원동력이 바로 실력주의다.

이처럼 실력주의를 바탕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현행 무한경쟁ᆞ승자독식ᆞ실력주의사회는 결국 파멸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차선책은 실력주의사회의 강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그림자를 옅게 할 보완책을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걸고 있는 포용과 혁신도 이러한 관점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먼저, 극단의 실력주의를 택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이념이 개인의 행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 전체의 행복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음으로 국가와 사회는 개인이 최대한 노력하여 실력을 쌓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이 쌓은 실력은 많은 우연과 사회적 지원의 결과임을 깨닫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리하여 성공한 개인이 되었을 때 그 결실을 세상과 나눌 생각을 가진 개인이 되게 하고, 이를 실천하도록 돕는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성공한 개인들이 결실을 타인과 나누는 사회, 모든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꿈의 추구와 창업 등 혁신 노력을 즐겁게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의도와 달리 안정생활 보장이 개인의 자기계발 의욕을 약화시키고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면 포용성 선순환이 아니라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므로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불안 속에서 무한경쟁의 악순환에 빠진 실력주의사회가 아니라 포용과 혁신의 선순환을 이루는 사회, 신실력주의사회이다. 그러면 우리는 국제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제침략의 파고를 넘고 홍익인간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ㆍ대한교육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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