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업들이 몰려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보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실리콘밸리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9일(현지 시간) “한일 간의 분쟁이 계속되는 경우 스마트폰과 기타 제품의 생산 지연과 공급 부족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 봤다. 텔레그래프는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전자 업체들은 세계화 조류에 합류해 있으며 하루에 아이폰 수십만대를 생산하는 공장이 한 국가가 생산하는 핵심 부품의 부족으로 멈출 수도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자국 제품 1000개가량의 한국 수출에 대해서도 조만간 수출 규제를 단행할 것을 준비 중인 것도 보도 내용에 포함됐다. 텔레그래프는 “전자 제품과 컴퓨터 하드웨어 세계 공급망이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추가 피해 가능성을 열어 뒀다.
텔레그래프는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이 무역 전쟁은 미중 무역 전쟁보다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지만 일본은 표면적으로 한국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화학물질 세 가지 중 한 물질을 북한에 보냈을 수 있다는 이유를 댔고 한국은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 수출 규제가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 노역 노동자에 대한 배상 판결 이후 두 나라 간 세기에 걸친 갈등이 고조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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