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 44명에게 처음으로 ‘폭동죄’를 적용해 무더기 기소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가 연일 강경대응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시민들은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눴다”고 맞서며 여론전을 폈다. 이런 가운데 중국군이 홍콩과의 접경지역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와 분위기는 더 험악해지고 있다.
명보 등 홍콩 언론은 31일 “지난 28일 도심 시위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던 참가자 49명을 체포해 이중 44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7월 1일 입법회 점거 시위 당시 경찰은 18명을 체포했지만 무기소지, 불법집회,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데 그쳤다. 중국과의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를 표방한 홍콩에서 폭동죄는 최대 징역 10년 형을 받을 수 있어 가장 중한 범죄에 속한다. 중국의 지시를 받는 홍콩 정부가 시위 동력을 차단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2016년 춘제(중국 설) 당시 야시장으로 유명한 홍콩 몽콕에서 노점상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36명을 폭동 죄로 기소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분노한 수백 명의 홍콩 시민은 30일 시위 참가자를 구금한 경찰서를 에워싸고 항의 시위를 벌이며 또다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최루탄을 쐈는데 한 경찰이 산탄총을 겨눠 향후 논란이 커질지 주목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위대에 둘러싸여 폭행을 당한 경찰이 장전한 총을 아무 경고 없이 시위대를 향해 겨눴다”고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31일 백악관 고위관리를 인용해 “중국 인민군과 무장한 경찰이 홍콩 접경지역으로 모이고 있는 정황이 포착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만 해도 병력 투입설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지만, 이달 들어 시위가 격화하자 “홍콩 기본법에 관련 조항이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홍콩 정부가 요청하면 언제든 인민해방군이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자제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국이 올바르게 대처하길 바란다(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며 미국이 연일 견제구를 날리는 상황이어서 실제 병력 투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신화통신은 “10월1일 중국 국경절 기념행사를 앞둔 예행연습 차원”이라고 홍콩 인근 병력 투입설을 일축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