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 선수는 아니지만, 시즌 기록이 순위 차트 상위권에서 빠지지 않으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태는 선수가 있다. 키움의 ‘가성비 갑’ 제리 샌즈(32) 얘기다.
샌즈는 2일 현재 타율 0.320로 리그 7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타점은 88타점(1위)으로 2위 최정(79타점ㆍSK)에 멀찌감치 앞서 있고, 득점 74점으로 팀 동료 김하성(84득점)에 이어 2위다. 특히 시즌 초반부터 7월까지 월별 타율이 3할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기복이 없다. 샌즈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경기 준비 과정을 중요시 생각한다”면서 “경기장에 나와 몸을 풀고 타격 연습을 하며 상대 투수 분석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루틴을 꾸준히 가져가려고 노력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외국인타자 마이크 초이스의 대체 선수로 입단해 25경기에서 타율 0.314, 홈런 12개, 37타점에 17득점으로 존재감을 알리더니, 올해 키움의 2위 순항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홈런은 21개로 3위인데 1ㆍ2위인 제이미 로맥ㆍ최정(이상 SK)과 각 1, 2개 차다. 샌즈는 “박병호와 앞뒤 타순에 붙어 있어 좋은 효과를 낸다”면서 “내가 홈런을 쳤다면 다음엔 박병호가 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잠실 LG전에서 1회 박병호가 선제 3점홈런을 치자, 6회에는 샌즈가 달아나는 솔로홈런으로 화답했다. 박병호는 현재 홈런 공동 4위(19개)다.
이밖에 OPS(장타율+출루율) 2위(0.985), 최다안타 5위(120개), 볼넷 6위 등 공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고, 멀티히트(1게임 2안타 이상)도 35게임(5위)이나 된다. 올 시즌 외국인타자 10명 가운데 가장 낮은 금액(50만 달러)을 받고도 리그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치면서 ‘효자 외국인선수’로 평가 받는다. 외국인타자 연봉 1위인 다린 러프(170만 달러ㆍ삼성)나 멜 로하스 주니어(160만 달러ㆍKT), 제러드 호잉(140만 달러ㆍ한화), 로맥(130만 달러)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외국인선수 가운데 최고액은 두산 투수 조쉬 린드블럼으로 192만 달러다.
무엇보다 선수 가치를 평가하는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이 눈에 띈다. 투수 부문에서 린드블럼이 WAR 1위(5.72)로 독보적이라면, 샌즈는 타격 부문 WAR에서 4.91(2위)로 시즌 내내 꾸준히 1ㆍ2위를 달리고 있다. 수비에서도 우익수와 1루수를 번갈아 맡고 있는데 탄탄한 수비율(98.6%)을 자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 시즌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인 린드블럼에 맞설 대항마로도 거론된다. 린드블럼은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ㆍ방어율ㆍ탈삼진)에 도전 중인데, 샌즈가 타점왕과 홈런왕을 동시에 석권한다면 향방은 알 수 없다. 샌즈는 “프로 선수라면 해당 분야에서 최고 위치에 서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라며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팀의 승리다. 하던 대로 꾸준히 루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는 나중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활약의 원동력으로 ‘가족의 힘’을 꼽았다. 지난해에는 가족과 떨어져 있었는데 올해는 아내와 두 아들이 한국에 입국, 심리적 안정감을 찾았다는 게 샌즈의 설명이다. 샌즈는 “올해 야구 외적인 가장 큰 변화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라며 “쉬는 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야구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목표는 역시 가을 야구에서 지난해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다. 샌즈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아쉬웠던 경험이 나뿐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좋은 약이 됐을 것”이라며 “올해는 당연히 한국 시리즈 우승이 목표다. 가능하다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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