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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이 총선에 긍정적” 민주연구원 보고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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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이 총선에 긍정적” 민주연구원 보고서 파문

입력
2019.08.01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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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외비 유출 ‘뭇매’… 의원에 이메일, 하루 만에 사과 

 “원장이 책임지고 잘 지도해야” 이해찬도 양정철에 주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민주연구원의 '송승민 중국과학원 상무이사 초청특강'에서 참석자들의 인사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민주연구원의 '송승민 중국과학원 상무이사 초청특강'에서 참석자들의 인사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일갈등의 국가적 난제를 두고 여당의 정략적 태도가 노출되면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총선 관련 보고서 유출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내용이 문제다. 일각에선 여당의 이런 태도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메시지까지 왜곡시킬 위험성을 지적한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가 민주연구원 대표인 양정철 원장에 ‘주의’를 주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야당들은 일제히 “총선 유불리 계산기 두드릴 때냐”며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연구원은 31일 보고서 유출 논란이 터진지 하루 만에 입장문을 내고 즉각 사과했다. 연구원은 “당내 의원들에게 발송한 보고서는 적절치 못한 내용이 적절치 못하게 배포됐다”며 “충분한 내부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적절한 내용이 나갔다.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주의와 경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지난 30일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이란 제목의 대외비 보고서를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보고서에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원칙적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에 비춰 볼 때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며 일본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가 공개되자 정부·여당이 위기 상황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초당적 협력을 강조해 온 정부·여당의 대응과 대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연구원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한일 갈등을 선거와 연결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연구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조사 및 분석보고서가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민주당 투톱도 ‘오해’란 점을 강조했다. 자칫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발목을 잡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양 원장에게 “총선 관련 표현은 조심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원장이 책임을 지고 실무자들을 잘 지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양 원장이 의도했던 것과는 좀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해명해 달라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대해 “(연구원이 낸 입장문) 맥락대로 이해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실제론 여당 내 전략을 논하는 상당수 의원들이 ‘반일 대 친일’ 구도로 총선을 치르는 것을 호재로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상황의 엄중함에 비해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집권여당은 정권의 무한책임을 함께 져야 하는데 비상상황에 총선을 운운할 수 있냐”며 “불매운동까지 벌이는 국민한테 정부여당의 안이한 태도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여야 대결구도가 굳어지면서 당장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이런 게 몇 번 누적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은 “여당이 총선을 위해 안보를 팔았다”고 맹비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연구원 보고서와 관련해 “여권에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는데, 한미일 안보동맹을 흔들고 있다”며 “이 집권세력은 자신들의 총선을 위해 안보를 팔고 대한민국 국민의 목숨을 팔았다”고 힐난했다. 이어 “GSOMIA 파기는 여권 내에서 아예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명확한 청와대의 입장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국민은 지금 한일 경제전쟁의 불똥이 튈지 전전긍긍하는데 집권여당의 싱크탱크가 총선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 내용에 실망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며 양정철 원장의 해임을 주장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나라가 망하든 말든 국민이 살든 죽든 총선만 이기면 된다는 발상이 놀랍다. 집권욕에 눈먼 민주당”이라며 “국민의 삶을 놓고 도박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한편 보고서에 인용된 여론조사기관 KSOI는 비공개를 전제로 조사한 것으로 민주연구원에 해당 내용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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