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뒤, 이번 검찰 인사에서 지방의 지청장으로 발령받은 주진우(44ㆍ사법연수원 31기) 서울동부지검 형사 6부장이 사의를 표시했다.
주 부장검사는 1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사직 인사를 글을 올려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능력과 실적 및 조직 내 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다는 신뢰,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없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의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명예롭지도 않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주 부장검사는 서울동부지검에서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형사6부장을 맡으면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다. 올해 4월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현 정부의 장관급 및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첫 검찰 수사였다.
그래서 지난달 31일 검찰 인사에서 그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 난 것을 두고, 청와대를 직접 수사한 것에 대한 보복성 좌천이라는 해석이 분분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보통 서울중앙지검이나 법무부, 대검찰청 등의 요직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은데, 주 부장검사는 이례적으로 평검사들만 근무하는 지방의 소규모 지청에 발령 났다는 지적이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안동지청장 출신 중에 검사장급 이상으로 승진한 경우가 많았고 주 부장검사 동기들과 비교해 그렇게 뒤쳐지는 보직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었지만, 정작 주 부장검사는 자신은 이번 인사를 보복성 좌천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년간 환경부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 수 많은 법리 검토와 토의, 이견의 조율을 거쳤고, 의견이 계속 충돌할 때는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를 통해 결론을 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저는 정치색이 전혀 없는 평범한 검사”라며 “정치적 언동을 한 적도 없고 검찰국에서 발령을 내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강도와 절차로, 같은 기준에 따라 수사와 처분을 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고 소신껏 수사했다”며 자신의 수사에 정치적 목적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주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하다가 다시 검찰로 복귀했다.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24일, 권순철 서울동부지검 차장이 31일 사의를 표명한 뒤, 주 부장검사마저 사표를 던지면서, 공교롭게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지휘라인에 있던 검찰 간부들은 모두 검찰을 떠나게 됐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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