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견병 김재현 일병 “큰 공 세운 달관이 대견하다”
충북 청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됐던 조은누리(14)양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최초로 보고한 것은 정찰견 ‘달관’이였다. 달관이는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에서 수색 활동을 벌이던 지난 2일 오후 2시40분쯤 조양의 체취를 느끼고 조용히 앉아 ‘보고동작’을 취했다. 달관이의 목줄을 쥐고 있던 김재현 일병은 이 보고를 박상진 상사에게 전달했고, 일대를 수색한 끝에 바위틈 낙엽 속에 파묻힌 조양을 발견했다.
3일 세종시 금남면 육군 32사단 기동대대에서 만난 7살이 된 수컷 셰퍼트종 달관이는 늠름한 모습이었다. 카메라 장비 등을 든 수십명의 기자들이 군견막사 근처로 올라가는데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얌전히 앉아 허공을 응시했다. 낯선 이들의 체취를 느끼고 짖거나 낑낑거리는 다른 군견들과 달랐다. 한 시간 넘게 기자들에게 시범훈련을 보이는 동안 한차례 짖지 않았다. 매끈한 몸을 이끌고 숲 속을 헤치며 수색을 했고, 갑자기 내린 폭우에 젖은 장애물을 훌쩍 건넜다. ‘달관(達觀)’이라는 이름의 연유를 알만했다.
군 관계자는 “군견은 그 특성상 민간인에 반응을 하면 안되고, 작전간 기도비닉(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조용히 은폐ㆍ엄폐하는 것)을 위해서도 짖지 않는 것이 좋다”며 “달관이는 부대에 있는 세 마리의 군견 가운데 가장 훈련이 잘됐다”고 설명했다.
달관이는 올해로 32사단 기동대대에 들어온 지 7년차가 된, 부대의 터줏대감이였다. 부대 배치를 기준으론, 함께 작전을 수행한 김 일병이나, 박 상사는 물론 대대장이나 부대 주임원사보다도 고참인 셈이다. 2012년도 12월에 태어난 달관이는 이듬해 10월부터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다. 영리하고 기억력이 좋아 각종 기동 훈련과 군견 경연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지난해 군수교육에선 우승을 했다고 한다. 총 5,0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되고도 열흘 간 찾지 못한 조양을 달관이가 발견한 것이 우연만은 아닌 셈이다.
달관이, 박 상사와 함께 조양을 구조한 또 다른 공로자는 김 일병이다. 김 일병은 벌써 1년 가까이 달관이를 관리ㆍ훈련해 온 조련사(핸들러)다. 충성도가 높은 달관이는 김 일병 외에 다른 사람의 명령은 잘 듣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전날 진행된 조양 구조 작전은 달관이가 코에 느껴지는 감각을 따라 앞장서면, 박 상사는 달관이가 정해진 수색 범위를 이탈하지 않도록 방향을 유지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폭염에 지친 달관이를 격려한 것은 김 일병의 몫이었다. 박 상사가 조양을 엎고 700미터 넘게 달려 내려가는 동안, 김 일병은 그보다 앞장서 달관이와 함께 풀이 우거진 길을 텄다.
시범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김 일병은 달관이에게 “굿보이!”를 외치고 목덜미를 툭툭 쓰다듬으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개를 좋아해 군견병을 지원했다는 김 일병은 “많은 훈련 이후 작전을 수행했는데, 이번에 큰 공 세운 달관이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세종=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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