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수입·판매 반대 확산 “허용 범위^인권 보호 논의 시급”
대법, 성적자유 이유로 허용하자 靑 국민청원 “안돼” 25만명 육박
쇼핑몰서 초등1년생 크기 팔리고 지인 등 특정 얼굴로 제작하기도
대법원이 지난 6월 27일 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의 국내 수입을 허용하는 확정 판결을 내린 후 한 달여가 지났지만 논란이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이를 다시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4일 오후 24만8,000여명의 동의를 얻어 정부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고 있다. 지인ㆍ연예인 등 특정인의 얼굴을 본 따 리얼돌을 제작하는 것이 여성의 인격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나아가 아동의 신체를 닮은 리얼돌 제작ㆍ유통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허용에 앞서 최소한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 유명 쇼핑사이트에서는 아동의 모습을 본떠 만든 리얼돌 판매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작은 가슴’ ‘소녀’ 등과 같은 문구로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업체가 키 120㎝의 리얼돌을 광고하다가 논란이 되자 판매를 중단했다. 키 120㎝는 초등 1~2학년의 평균키와 비슷하다.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건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이유다. 해외에서도 일부 이슬람국가 외에는 리얼돌을 성기구의 일종으로 보고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 리얼돌에 대해서는 구매자도 처벌하는 등 규제 논의가 활발하다. 개인의 성적 자유도 중요하지만 아동의 안전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영국 검찰청은 지난 3월 아동 리얼돌 유통ㆍ구매시 최대 12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한다는 내용의 ‘아동 리얼돌 구매ㆍ유통 방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영국은 2017년 전 초등학교 운영위원인 데이비드 터너(당시 72세)가 약 100㎝ 크기의 아동 리얼돌을 소지한 사건을 계기로 이를 ‘음란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영국 검찰청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230건의 아동 섹스돌 수입을 적발해 차단했다”며 “유통을 시장에서 차단하자는 대중의 이해에 따라 이를 처벌하는 명백한 규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호주 정부 역시 지난 2월 아동 리얼돌의 수입과 구매를 금지하는 ‘아동착취방지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책연구를 수행한 호주형사정책연구원은 “아동 리얼돌과 아동성범죄의 연관관계가 완전히 규명되진 않았지만, 이를 사용함으로써 아동이 성적 대상화되고 범죄 위험에 놓일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 하원도 지난해 아동형상의 리얼돌과 섹스로봇을 금지하는 ‘크리퍼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플로리다ㆍ켄터키 등 일부 주에서는 이미 구매와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동형상은 물론 리얼돌 전반에 대해 어떤 규제 조항이나 법률이 없으므로, 허용 범위나 인권 보호방안 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아동 리얼돌은) 약한 대상에 대한 욕망 표출을 정당화하는 ‘상업적 성 착취’의 단면”이라며 “왜곡된 욕망을 해소하면 현실범죄가 없어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은 반대”라고 꼬집었다.
이선경 법무법인 유림 변호사는 “아동ㆍ청소년의 성은 폭넓게, 예방적으로 보호한다는 게 우리 법의 원칙”이라며 “리얼돌 사용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착취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예외사항을 정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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