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따로 ‘아동’이나 ‘학생’이라 적어놓지 않았잖아요.”
“그냥 얼굴이 어려 보이는, 동안 같은 거니까 문제 없어요.”
“지금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건 없으니 안심하고 사셔도 돼요.”
6일 국산 리얼돌 판매업자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지난 6월 대법원 확정 판결로 성인용품 리얼돌 수입과 판매가 허용됐다. 이후 아동이나 청소년 형상으로 만들어진 리얼돌이 등장(본보 5일자 15면)해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정작 리얼돌 판매업자들은 천연덕스럽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국산 리얼돌을 판매하는 A사이트의 판매자는 아동, 학생을 떠올리게 하는 리얼돌이 되레 인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100㎝ 크기는 지금 다 나갔고 138㎝ 이상 다른 제품만 있다”며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는데도 100㎝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이 없어서 그렇지 좀 기다리면 살 수 있다”고 했다. 100㎝ 체형을 판매하는 B사이트 판매자도 “예전엔 숨어서 팔아야 했지만, 이젠 예전보다 많이 알려졌고 관심도 많아졌다”며 “주문하는데 무서워할 건 없다”고 말했다.
규제에 허점이 있다는 부분을 앞장서서 강조하는 이들도 있었다. 영국이나 캐나다 등은 아동 크기의 리얼돌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아동ㆍ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등장해 성적인 행위를 하는 영상과 게임 등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뒀다.
이를 근거로 C사이트 판매자는 리얼돌로 영상이나 게임 등을 따로 만들지 않는 이상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얼돌을 사다가 ’19금’ 영상을 찍을 게 아니라면 불법이 아니다”라며 “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원하는 크기를 문자로 보내주면 바로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리얼돌에다 교복을 입힌 모습을 선보이면서 교복집에다 교복을 맞추길 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규제 사각지대를 빨리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영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아동ㆍ청소년 리얼돌은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자체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도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대처방안을 찾아보고 아청법 개정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청법 개정으로 단속할 수 있겠지만 이는 임시방편”이라며 “증강현실, 인공지능 기술 등이 접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존 법을 땜질 식으로 고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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