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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투어]<32 청도> 유등연지 연잎 물결, 청도읍성 붉은 노을에 탄성… “청도의 밤을 거닐다”

입력
2019.08.09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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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나드리투어 버스가 지난 2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시티투어 승강장에서 탑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나드리투어 버스가 지난 2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시티투어 승강장에서 탑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여름철 경북 청도의 매력은 바로 야간 투어입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합성어)의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2일 오후 4시 대구 동구 동대구역 시티투어 승강장에 청도나드리투어 버스가 진입했다. 이날 45인승 투어버스가 대구 남쪽으로 달리다 팔조령 터널을 지나자 ‘새마을운동발상지 청도’라고 적힌 대형 간판이 37명의 투어 참가자를 반겼다.

농촌의 열악한 교통환경을 극복하고 대구도심의 주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올 4월 처음 선보인 청도나드리투어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청도나드리투어 전담여행사 박진구(52) 코다투어 대표는 “청도를 대학생들의 MT 장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직접 와보면 여러 가지 체험과 즐길거리가 가득한 매력이 넘치는 도시”라고 소개했다.

이날 투어는 청도나드리투어 중 청도의 밤을 거닐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청도마실나들이 코스다. 대구 성서홈플러스에서 출발한 청도나드리투어버스는 반월당을 거쳐 동대구역, 두산오거리에서 시민들을 태운 뒤 청도로 향한다.

경북 청도의 한국코미디타운 전경. 바로 앞 맞은편에는 코미디언 연습생들이 숙식을 해결하며 실력을 갈고 닦는 코미디타운 생활관이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경북 청도의 한국코미디타운 전경. 바로 앞 맞은편에는 코미디언 연습생들이 숙식을 해결하며 실력을 갈고 닦는 코미디타운 생활관이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나드리투어 참가자가 지난 2일 한국코미디타운 체험관에서 DJ박스 체험을 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나드리투어 참가자가 지난 2일 한국코미디타운 체험관에서 DJ박스 체험을 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코미디타운과 특산물 직거래장터 거쳐 반보기풍습의 유등연지로

첫 번째 행선지는 청도의 한국코미디타운과 청도박물관이다. 한국코미디타운에서는 만담, 재담, 악극 등 한국 코미디의 100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GO! 코미디 원류, 응답하라 7080, 코미디 휴게실, 몸개그 훈련소, 코미디 라키비움 등 총 5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체험관에는 방문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유명 코미디언들의 신인 시절 모습과 에피소드, 개인기, 포부 등을 담은 인터뷰 영상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다.

한국코미디타운 옆 청도박물관에서는 청도의 역사와 과거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김승태(66) 청도군 문화관광해설사는 “청도박물관은 청도의 유물과 생활상 등을 선사시대 때부터 고려, 조선 시대 등 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있고, 지역의 문화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청도나드리투어 참가자들이 지난 2일 청도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에서 특산물을 고르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나드리투어 참가자들이 지난 2일 청도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에서 특산물을 고르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다음 행선지는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 각종 버섯 제품과 감 가공식품, 특산품인 청도복숭아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지갑을 활짝 여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민이 농촌의 품질 좋은 특산품을 구매하면서 시티투어를 통한 도농상생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청도 유등연지(유호연지) 군자정 주변을 연잎이 가득 채우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 유등연지(유호연지) 군자정 주변을 연잎이 가득 채우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하늘에서 바라본 청도 유등연지(유호연지) 전경. 못은 수많은 연잎들의 세상이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하늘에서 바라본 청도 유등연지(유호연지) 전경. 못은 수많은 연잎들의 세상이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 8경 중 하나인 유등연지(유호연지)와 군자정에는 대규모 연잎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깊이 2m, 넓이 7만㎡, 둘레 700m인 유등연지는 과거 신라지라고도 불렸다. 김 해설사는 “고성이씨 문중이 소유한 유등연지는 조선시대 문신인 이육 선생이 청도에 장가와 터를 잡으면서 군자정을 짓고 후학에 힘쓴 곳”이라고 말했다.

이 곳은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시댁과 친정의 중간 지점에서 만나 회포를 푸는 ‘반보기 풍습’의 유래지로도 알려져 있다. 가사일에 매인 며느리가 1년에 한번, 반나절 정도 휴가를 허락받은 곳이었다. 반보기라는 이름도 친정길을 반만 가고, 친정 식구를 다 볼 수도 없는데다, 눈물이 앞을 가려 얼굴이 반만 보인다 해서 반보기라 했다. 고성이씨 가문 며느리와 이웃 부녀자들이 시작한 이 풍습은 1960년대까지 이어졌다.

청도읍성을 구경하러 온 시민들이 성곽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읍성을 구경하러 온 시민들이 성곽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나드리투어 참가자들이 노을이 지는 성곽길을 따라 걸으며 김승태 청도군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나드리투어 참가자들이 노을이 지는 성곽길을 따라 걸으며 김승태 청도군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석양의 청도읍성과 빛의 향연 펼쳐지는 프로방스 마을은 영화의 한 장면

청도읍성에 도착하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그림 같은 하늘이 펼쳐졌다. 읍성에서 바라보는 성곽과 하늘의 조화에 참가자들도 “경치 좋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방어를 목적으로 축성된 읍성은 둘레 1.88㎞, 높이 1.7m 규모다. 네모 형태를 띄고 있는 성곽은 1592년 완공 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임진왜란이 터지면서 동ㆍ서ㆍ북문이 소실되고 성벽도 무너졌다.

김 해설사는 “청도읍성이 위치한 화양읍은 옛 청도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청도읍을 주변으로 상권 등이 형성됐지만 과거 이 곳에서 번창했던 이서국의 수도가 화양읍”이라며 “부산에서 한양으로 가는 영남대로가 이 곳을 지나면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과거길로도 자주 이용됐다”고 말했다.

청도읍성 주막촌에서 투어 참가자들이 저녁 식사에 앞서 청도 온누리예술국악단이 준비한 특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읍성 주막촌에서 투어 참가자들이 저녁 식사에 앞서 청도 온누리예술국악단이 준비한 특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성곽길을 따라 걸어 읍성 안 주막촌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국밥, 메밀국수, 파전 등 주막 이름에 걸맞은 메뉴가 참가자들을 기다린다. 이날은 청도를 대표하는 온누리국악예술단의 피리, 태평소, 장구 특별공연도 펼쳐졌다. 곡목은 ‘내 나이가 어때서’였다. 참가자들은 노래를 따라 불렀고, 앵콜을 외쳤다. 공연을 펼친 온누리국악예술단 임형석(33) 박현진(33) 단원은 “투어가 있을 때마다 주막촌에서 특별 공연을 하고 있다”며 “어떤 날에는 흥이 넘치는 참가자가 마당에서 춤을 추는 경우도 있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어둠이 깔린 청도읍성에 조명이 비치면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야경이 펼쳐지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지난 2일 어둠이 깔린 청도읍성에 조명이 비치면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야경이 펼쳐지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주막촌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인근 읍성카페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감말랭이 컵빙수를 먹다 보면 청도에도 짙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도시에서 오후 8시는 아직 초저녁이지만 시골의 이 시간은 한밤중이다. 어둠이 내리면 청도읍성의 진가가 나타난다. 읍성을 따라 펼쳐진 야경은 영화의 한 장면이다.

청도나드리투어 참가자가 지난 2일 청도프로방스에서 불빛 조명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나드리투어 참가자가 지난 2일 청도프로방스에서 불빛 조명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어둠이 짙게 내린 청도의 한 쪽에서는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프랑스 프로방스 마을을 청도에 그대로 재현한 청도프로방스에서는 100여가지 테마의 포토존에 다양한 조형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청도 프로방스는 가족과 연인들이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화려한 불빛 조명들은 기존 청도와는 색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청도나드리투어 참가자들이 지난 2일 프로방스의 포토존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나드리투어 참가자들이 지난 2일 프로방스의 포토존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마실나들이 새마을 운문 3개 코스로 대박치는 청도나드리투어

청도나드리투어는 새마을 운문 청도마실나들이 3가지 코스로 운영되고 있다. 새마을코스는 감 와인 숙성저장고와 와인카페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청도와인터널과 특산물인 청도 반시, 복숭아, 미나리 등을 직접 맛보고 구입할 수 있는 청도전통시장, 소싸움경기장과 소싸움테마파크를 돌아본다. 매주 토ㆍ일요일 열리는 박진감 넘치는 소싸움경기를 관람하고, 바로 옆 테마파크에서 소싸움의 역사와 유래 등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획전시실 등을 둘러본다.

청도천변을 따라 조성된 레일바이크를 타며 철로 주변에 조성된 시조 시인들의 시조비와 조형물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새마을운동발상지는 초가집, 슬레이트집, 기와집 등 당시 생활상을 고스란히 전시하고 있어 새마을운동의 과거 역사와 미래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운문코스는 청도군 운문면 호거산 자락에 세워진 운문사를 중심으로 탐방하는 코스다. 서기 560년 신라 진흥왕 때 창건돼 1950년부터 본격적으로 비구니를 양성하고 있는 운문사의 보물과 천연기념물 등 주요 문화재를 관람하고, 운문사를 따라 조성된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또 인근에 조성된 운문사먹거리타운에서 미나리 삼겹살, 복숭아 등을 직접 구입하고 시식할 수 있다.

이 코스의 신화랑풍류마을은 화랑의 시대정신과 풍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힐링공간으로 화랑의 세속오계 정신을 연출한 복합관광단지와 기념관, 가상현실(VR), 명상실, 궁도장 체험 등이 가능하다. 또 조선시대 궁중내시로 정3품에 올랐던 김일준의 운림고택과 조선시대 상류층 양반가의 거주형태를 볼 수 있는 운강고택도 있다.

새마을 코스와 운문코스는 매주 토ㆍ일요일 정기 운행하고, 주중에는 참가자가 15명 이상일 경우 운행한다. 청도마실나들이코스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7, 8월에는 새마을, 운문코스는 운행을 멈춘다.

참가비는 성인 4,000원, 청소년 3,000원, 초등학생 2,000원이고, 식대와 유료관광지 입장료는 별도다. 전담여행사 삼성여행사(www.123tour.co.kr), 대구여행자클럽(www.1144.com), 코다투어(053-428-6677), 청도군 문화관광과(054-370-6374)로 사전 예약하면 된다.

김유선 청도군 관광마케팅 팀장은 “청도 시티투어는 계절에 맞게 전통문화자산과 관광지를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의 호응도가 높다”며 “청도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도=글ᆞ사진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청도 약도. 청도군 제공
청도 약도. 청도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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