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 크기의 글자로 고객의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해 ‘깨알 고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대형마트 홈플러스에 대해 대법원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 결론지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벌금 7,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홈플러스는 2011~2014년 경품행사 등으로 모은 고객 개인정보 2,400여만 건을 231억원에 보험사에 팔아 넘긴 혐의로 2015년 2월 기소됐다. 도성환 전 대표 등 홈플러스 전ㆍ현직 임직원 6명과 보험사 관계자 2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1㎜에 불과한 글자 크기였다. 홈플러스는 글자 크기가 1㎜에 불과했을 지라도 경품 응모권 뒷면에 ‘개인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의 개인정보제공 동의사항을 적어뒀으니 개인정보보호법상 ‘고지(告知) 의무’ 위반이 아니라 주장했다.
1ㆍ2심은 홈플러스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경품 응모권에 법률상 알려야 할 사항이 모두 적혀 있고, 1㎜ 크기 글자로 고지한 것 또한 읽을 수 없는 크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기업의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신상정보 장사에다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결론은 2017년 4월 대법원 판결에서 뒤집혔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고객 입장에서 짧은 시간 동안 응모권을 작성하면서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ㆍ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사건을 되돌려 받은 서울고법은 대법원 판단 취지대로 유죄를 인정하고 홈플러스에 벌금 7,5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도 전 대표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다른 홈플러스 관계자들에게도 집행유예 형을 선고했다. 보험사 관계자 2명에게도 벌금 7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재상고한 홈플러스 법인에 대해서만 내려졌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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