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국 지정 제재 모호… 지난 5월 미 상무부, 상계관세 거론 주목
미국 정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하며 위안화 환율인상 압박에 나섰지만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두고선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통화 가치를 두고 벌이는 미중 간 환율 전쟁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지만 환율조작국 지정만으로는 처벌조항이 모호한 데다, 이번 조치의 법 적용도 애매해 당장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상무부가 환율조작 국가에 대해 상계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어 추가적인 관세 부과 등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무부가 이날 환율조작국 지정 후 밝힌 후속 조치는 ”불공정한 경쟁적 이점을 제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회원국들의 환율 조작을 억제시키고 있는데, 위반국은 IMF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투표권을 정지당하며 최악의 경우 IMF에서 퇴출될 수 있다. 하지만 IMF는 아직까지 특정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한 적이 없고 최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환율 조작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아, 미국이 IMF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이번에 적용한 법도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을 세 가지로 구체화한 교역촉진법(2015년 제정)이 아니라 지정 기준이 모호한 종합무역법(1988년 제정)이다. 중국이 교역촉진법상의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사문화된 과거 법률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교역촉진법에선 환율 지정 국가에 1년간 시정을 요구한 뒤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의 금융 지원 제외,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IMF 및 대미 무역협정을 통한 압박 등의 제재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종합무역법에는 협상 외에는 명확한 제재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 등 다수 매체는 이번 지정이 상징적 조치라고 해석했다. CNBC는 “미국의 다음 조치는 IMF에 요구하는 것인데 공식적인 제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주목되는 것은 미 상무부가 지난 5월 달러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국가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점이다. 현행 미국 법률에선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수입품에 대해 상계관계를 부과할 수 있는데, 환율 조작을 불법적인 정부 보조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환율조작국 지정은 중국 상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수많은 무역 제재의 수문을 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조치가 중국 상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 의회조사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에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논쟁적이다”라며 미 상무부의 의견 수렴과정에서 상당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 어긋날 우려로 이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WP는 이와 함께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위해 WTO에 호소하거나 동맹국들이 중국과의 교역을 제한하도록 국제적인 압박 캠페인을 벌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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