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노 재팬’ 깃발 설치 논란 겨냥한 듯
“韓国を訪問する日本人は,友好と親切で接するでしょう。(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은 우호적이고 친절하게 맞이하겠습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연일 일본의 수출 규제를 비판하며 거침없이 여론전에 나서던 조 전 수석이 이번엔 왜 일본어로 ‘페이스북 정치’를 펼친 걸까.
조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어로 “한국의 주권을 모욕하고 자유무역을 훼손하는 일본 정부에 반대하지만, 평화와 인권을 중시하는 일본 국민과는 연대하겠다”면서 이같이 썼다. 경제보복을 강행하는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부 극우세력을 비판하는 것이지 일본 국민과는 우호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 전 수석은 또 “일본의 국력은 한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일본이 한국을 정치적ㆍ경제적으로 능멸하면 한국은 정당방위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일본의 조치는 과거 일본이 한국민에 남긴 깊은 상처를 파헤쳤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의병과 독립군의 경험은 우리 국민의 DNA 가운데 녹아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글에는 한일관계와는 별개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환영하겠다는 일종의 유화 메시지도 담겼다. 이는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이 이날 서울시청과 명동, 청계천 일대에 일본 제품 불매의 뜻을 담은 ‘노 재팬(NO Japan)’ 배너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진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울 한복판에 노 재팬 깃발을 설치하는 것을 중단해달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불매운동은 찬성하지만 서울 중심에 저런 깃발이 걸리면,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들이 모두 불쾌해 할 것이고 일본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관이 나서는 경우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우려였다.
서울 중구는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배너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